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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김선민 심평원장 "닷새만에 '마스크 중복구매 시스템' 구축…K방역 든든한 버팀목"

차세대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K바이오 성장 마중물 기대

심사체계 개편, 의료진 기 살려 '과잉진료' 오해 없게할 것

연내 의원급까지 비급여 가격 공개 '환자 알 권리' 강화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초유의 공적 마스크 제도가 가동했다. 관건은 정확한 배분과 불편 최소화. 약국에서는 중복구매를 막아야 했고 시민들은 약국 떠돌이 신세를 면하려면 재고 수량을 알아야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과 개인정보를 연동해 불과 닷새 만에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정보통신 비상대응 전담조직은 밤샘, 주말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시스템 안정화와 사용처 지원에 나섰다. ‘K방역’을 이야기할 때 질병관리본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뒤에는 심사평가원의 묵묵한 뒷받침이 있었다. ‘해결사’로 등장한 심사평가원의 무기는 막강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K방역’의 바통을 ‘K바이오’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김선민(56·사진) 심사평가원장이 기수를 자처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심사평가원에서 만난 김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강원도 원주 심사평가원 본원에서는 김 원장의 다짐이 어떻게 현실화하는지를 보여주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올해 6회째를 맞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 시상식은 심사평가원의 무수한 데이터가 창의력과 결합하면 얼마나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환자의 증상과 복약정보는 천식 환자의 맞춤형 질환관리 서비스로 변신했고 경력단절 간호사와 만성질환자를 연계해 환자의 꾸준한 처방 이행과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 모델도 나왔다. 병원에서 주사제를 보다 안전하게 투약하도록 돕는 플랫폼도 선보였다. 한낱 숫자에 불과했을 데이터들이 환자들을 치료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까지 탄탄히 할 수 있는 보배로 변신한 셈이다.

김 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가명처리와 가명정보의 물리적·기술적 안전조치 등 관리방안을 적용한 ‘차세대 빅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022년까지 진행되는 이번 작업은 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보다 안전하고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데이터3법 처리 과정에서 개인정보 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심사평가원은 보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 원장은 “모든 원천 데이터의 외부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원격 가상화 분석 환경에서 이용을 보장하고 결과를 내보낼 때도 추가로 익명화 조치를 확인해 개인정보 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외부로부터의 해킹 등을 차단하기 위한 방화벽 등 방어체계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빅데이터가 환자들의 실질적인 권익을 높이는 데 쓰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심사평가원 홈페이지만 보더라도 병원과 약국 정보, 내가 먹어온 약 목록, 병원들에 대한 주요 항목 평가 같은 굉장히 많은 의료정보가 담겨 있지만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데이터의 진짜 주인인 환자를 중심으로 데이터 관리 체계를 다시 세워 훨씬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심사평가원의 정보가 요양기관의 청구에 대응해 보험료를 지급하는 목적에 맞게 나열됐다면 환자 입장에서 내가 어떤 약을 먹고 어떤 병원에서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식으로 바꿔 활용도를 높이고 서비스도 강화한다는 뜻이다.

심사평가원의 데이터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공적마스크뿐만 아니라 환자 분석과 방역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심사평가원이 익명화해 개방한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연구용 임상 데이터는 48만여건에 달한다. 국내외 연구자가 심사평가원에 연구 주제와 분석 방식을 제시하면 심사평가원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해 통계 값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지병을 앓고 있던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경과 등 연구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한데 32개국 392개 프로젝트가 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 원장은 “의료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나라는 핀란드와 한국 등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심사평가원은 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등을 활용해 해외 입국자 정보를 의료기관과 약국에 제공해 고위험군을 사전에 감지하고 코로나19 환자 이력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진단 후 입·퇴원, 재확진 사례까지 종합적인 치료현황 조회와 통계 데이터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시약의 긴급사용을 위해 건강보험 적용 처리기간을 30~60일에서 2일로 단축하는 등 방역 단계마다 심사평가원의 역할이 빠지지 않는다.

김 원장은 올해 심사평가원 설립 20주년을 맞아 내부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업무인 심사체계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핵심은 의료인이 자부심을 갖고 최선의 진료를 하도록 돕는 데 있다. 현재 심사체계는 낱낱이 청구되는 진료행위를 비용 측면에서만 살펴봤기 때문에 환자 100명 중 99명을 적정 진료하더라도 단 한 명의 환자에 대해 기준을 넘는 진료를 했을 때 의료기관에 주는 수가를 깎았다.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고 의사마다 경험과 치료 방식이 달라 때에 따라 과감한 진료를 펼칠 수 있는데 현재 심사체계는 이에 ‘과잉진료’라는 딱지를 붙이는 식이다. 김 원장은 “기존 심사가 비용만 본 반면 새로운 체계에서는 의료의 질과 의약학적 타당성을 고려하므로 질 높은 의료를 적정하게 제공하는 의료인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원장은 단일 진료건만 들여다보는 게 아닌 종합적인 진료행위 전반을 따져 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기획상임이사로 있던 2018년부터 심사체계 개편의 초석과 큰 그림을 만들었다. 그는 “40년간 이어진 틀을 바꾸는 작업이 쉽지 않다”면서도 “올해 선도사업을 시작하고 3년 이내에 적용 분야를 확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 의료계의 대법관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심사체계 개편이 이뤄지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총 진료비 절감 등 부수적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김 원장은 내다봤다. 그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을 늘려 보장성을 강화하면 새로운 비급여가 탄생하는 풍선효과가 생겼다”며 “이번 개편으로 의사들도 인정할 수 있는 수가 체계가 확립돼 의료의 질이 높아지며 총 진료비도 절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사평가원 설립 이후 처음 시도하는 심사체계 개편을 두고 의료계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방향성과 목적에 동의하는 의료진이 대부분”이라며 “다만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한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데 중앙과 지역 의료단체를 열심히 만나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체계 개편만큼 국내 의료기관의 질 평가를 현실화하는 것도 심사평가원의 당면 과제다. 김 원장은 “의료 서비스가 적정한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며 “의료기관의 자료 제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실제 환자들이 활용하기 좋도록 의료기관 평가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사평가원은 또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과 산부인과·흉부외과 등 필수 의료과목의 여건 개선을 위한 수가 개편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급여화 항목 중 다수를 차지하는 치료재료 급여화를 추진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의원급들까지 비급여 항목 가격공개를 추진해 합리적인 의료 이용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며 “미숙아 수술·분만 등에 대한 수가를 개선하는 등 필수 의료 서비스가 적정하게 제공될 인프라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건강보험공단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김 원장은 “한국의 심사평가체계는 세계에서도 부러워하는 모범 사례”라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발전시켜온 건강보험의 역사를 고려할 때 지금의 심사평가원 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확립하기까지는 민간 분야에서 스스로 발전해온 공로가 적지 않은 만큼 정부와 건강보험공단, 의료계 사이에서 심사평가원이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재정에 중점을 둔 건강보험과 의료제공체계에 집중하는 심사평가원이 공존할 때 진료비 심사 시 비용 절감으로만 무게추가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중동과 동남아 등은 심사평가원을 효율적인 건강보험 운영 시스템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7년 바레인에 건강보험운영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수출했으며 캄보디아도 심사평가원 같은 지불심사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심평원의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컨설팅을 요청했다.

김 원장은 4월21일 취임해 이제 막 석 달이 지났다. 그러나 역대 최초 내부 출신 원장이자 이미 14년간 조직에 몸담은 만큼 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의료와 연관된 인권문제를 다루고 그 스스로 대장암 3기라는 병마와도 싸워 의사이자 환자로, 다양한 시각에서 사안을 다룰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 원장은 “심사·평가 등 고유 업무를 발전시켜 국민과 사회가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안전망을 강화하고 환자와 국민이 중심이 되는 건강보험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박태준 바이오IT부장 june@sedaily.com /정리=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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