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15 광복절 전후에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배상 등 한일 역사 문제가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후속 절차를 둘러싸고 한일 간 긴장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올해는 8·15 광복 75주년이다. 해방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경제·사회·문화 등 많은 영역에서 일제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현실이다. 며칠 전 여름휴가를 이용해 시간이 여의치 않아 미뤄뒀던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역사관계를 다룬 두 편의 영화 ‘허스토리’와 ‘군함도’를 한꺼번에 봤다. 두 편의 영화를 보면서 아직도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가 없고 적절한 배상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현실이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와 함께 ‘귀속재산 국유화’도 아직 과거 일제 청산이 제대로 안 된 역사 중 하나다. 귀속재산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소유했던 재산으로 광복 후 우리 정부가 양도받아야 할 재산이다. 당연히 우리 정부가 모두 되돌려놓아야 했지만 미처 국유화 조치를 하지 못해 지금까지 남아 있게 됐다. 지난해 이맘때 서울 명동 한복판 건물의 소유자가 조선총독부로 등재돼 있다는 방송 보도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본인 소유권이 여전히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광복 이후 일본인 재산, 즉 적산(敵産)은 국유화가 확고한 원칙이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소극적으로 진행된 일제 잔재 청산작업과 함께 공적장부에 등기하지 않은 채 임의로 이뤄진 불하·매각·분배, 6·25전쟁으로 인한 많은 부동산 관련 공적장부 소실 등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국유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본격적인 국유화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분산적으로 이뤄진 귀속재산 관리업무를 조달청이 맡게 된 2012년부터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약 1만4,000필지를 샅샅이 조사해 여의도 면적의 1.2배인 약 4,400필지(공시지가 기준 1,122억원)에 상당하는 일본인 명의 재산을 국유재산으로 귀속했다. 국유화 대상으로 분류된 약 3,300필지에 대해서도 절차를 밟고 있다. 조달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약 10만4,000여건에 대해 ‘공적장부 일본이름 지우기’도 진행하고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귀속재산이 아직도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역사적 현실이 후손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귀속재산의 제자리를 찾는 일,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조속히 마무리해 후세대에 당당히 물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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