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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까지 대부업 이자 인하 호소…이자제한법 국회 논의 속도붙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여당 의원에 서신

"대부업 최고 이자율, 현 24%→10% 인하"

절반 이하 금리 인하로 대부업 시장 위축 우려

급전 필요한 서민, 불법사금으로 밀려날수도 지적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단과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 등록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24%에서 10%로 인하해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이재명 경기도지사. 그가 이 같은 편지를 띄운 배경은 무엇일까. 이 지사의 호소는 그의 ‘불법 대부업과의 전쟁’ 선포와 맞닿아 있다. 이 지사는 2018년 10월 불법 대부업 수사 전담조직인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을 출범하고 불법 대부업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경기도는 현재까지 불법 대부조직의 위법행위 총 79건을 적발해 59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20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고이자율 3만1,000%를 부과하며 서민들에게 피해를 준 대부조직 9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체적인 노력에도 불법 대부업 피해사례가 여전하자 이 지사가 직접 국회에 관련 법률 개정을 요청한 것이다.

이 지사는 서신에서 “불법 사금융 최고금리를 연 6%로 제한하면서 등록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연 24%의 고금리를 적용해 불법 사금융의 4배에 달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모순되는 일”이라며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5%에 달한 지난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이자제한법상 법정 최고금리가 연 25%였다”며 “기준금리 0.5%의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금 (등록대부업체의 최고이자율인) 연 24% 이자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도에서는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로 인하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입법화되기까지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서민의 약점을 노려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가 없도록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건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금융권의 대출 이자를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및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강력한 건의가 이어지면서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대부업 최고이율을 손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강력한 부동산규제로 대부업 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일어나면서 정부와 여당이 대부업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5일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10%로 낮추는 대부업 개정안까지 발의하면서 대부업 최고이자율 인하 작업에 불씨가 댕겨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정책으로 은행권 등 대출이 막히면서 주택대출자들의 대부업 대출 문의가 급증했다”며 “은행과 여신전문사보다 대출규제가 완화돼 있어 고금리임에도 대부업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자율 10% 제한은 사실상 ‘대부업 금지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부업 특성상 은행과 여전사로부터 자금조달을 받을 수 없어 조달금리가 상당히 높은데도 법정 최고이자를 10%로 급작스럽게 떨어뜨린다면 대부업체의 손해는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저소득·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상품인 ‘햇살론17’의 금리가 연 17.9%인 점을 감안하면 민간 금융업체가 취급하는 일반 대출이 이보다 낮은 금리로 진행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 업계 관계자는 “불법 사채는 불법행위이기에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불법 사금융과 합법 대부업은 구분해야 한다”며 “금리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최고금리를 절반 이하로 낮추라고 하면 대부업체들은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실제 업계 1위인 산와머니를 포함해 주요 대부업체들은 2018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신규 대출을 잇따라 중단했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는 2010년 44%에서 2014년 34.9%, 2018년에는 24%까지 떨어졌다. 대부 업계 대출잔액은 2017년 16조5,014억원에서 지난해 15조9,170억원으로 줄었고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247만명에서 177만명으로 급감했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중소형사들은 잇따라 폐업했다. 등록대부업체는 2012년 1만895개에서 지난해 말 8,354개로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대부업 규제가 강화되면 대부업 시장이 더욱 쪼그라들어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사채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강력 처벌해야 하지만 합법 대부업은 엄연한 제도권 금융으로, 불법 사채를 줄이기 위해 탄생한 정식 금융업”이라며 “대부업 규제 강화로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전면 중단하거나 폐업을 하게 되면 합법 대부업에서 자금을 융통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불법 사채에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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