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구직급여가 1조1,885억원이나 지출되며 6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고용타격에 문재인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조치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업과 청년층의 고용불안 심화 속에 기업의 고용유지를 위한 재정수요도 커지고 있어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7월 노동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출액은 1조1,885억원을 기록했다. 구직급여 지출액은 지난 2월 이후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 추이가 다소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구직급여 지출액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 새로 구직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11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었다. 증가율이 5월과 6월 각각 31.2%, 39.9%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고용위기가 저점을 지나는 상황이지만 구직급여 지출액이 줄지 않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정책의 탓이 크다. 고용부는 지난해 10월 구직급여 금액수준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하고 기간도 30~60일 늘린 120~270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인당 수혜금액은 162만5,000원으로 증가했다. 황보국 고용부 고용지원정책관은 “수혜금액의 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것이기보다는 상당 부분 구직급여 보장성 강화 효과”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총 고용보험 가입자는 1,390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만5,000명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폭을 기준으로 보면 5월 15만5,000명으로 저점을 기록한 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종·연령별로 분석하면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제조업·청년의 고용위기는 심화하고 있고 서비스업·고령층의 고용개선이 노동시장의 회복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5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만5,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규모다. 수출 주력업종인 전자통신·자동차·금속가공·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에서 타격이 두드러졌다.
청년 고용불안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대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24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만1,000명 감소했다. 감소 규모로 보면 5월 -6만3,000명에서 6월 -6만1,000명으로 소폭 개선되는 듯하다가 다시 감소 폭을 키운 것이다. 황 정책관은 “코로나19 감염이 지속하는데다 세계적으로도 진정세로 보기 힘들어 기업이 채용 감소로 대응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가 23만7,000명 증가했고 60대 이상 가입자가 10.7%(17만명) 늘면서 회복세를 견인했다.
한편 고용부는 항공·숙박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을 기존 180일에서 60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유급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보전액을 90%까지 확대 지급 받을 수 있지만 기간은 180일에 불과했다. 항공업·여행숙박업 등의 경우 3월16일부터 적용돼 다음달 지원이 끝난다. 고용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도 오는 9월15일에서 연장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종 결정은 20일 고용정책심의회에서 결정되지만 이미 노사정합의를 이룬 사항이기 때문에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용유지지원금도 구직급여와 같이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쓰고 있어 재정건전성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