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제관료 모임인 ‘재경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이 후배 관료들에게 “개혁 성향이 강한 정책을 추진할 때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논란이 된 임대차 3법, 아파트 공급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반응에 대한 예측과 국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 전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코리안 미러클’ 발간보고회에서 “국민을 위해 굉장히 좋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충분히 역지사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가 가는 아이러니가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책 수단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검증과 토론·고민을 통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진 전 위원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후배들이 가장 부족한 것은 디테일에 대한 검증”이라며 “특히 부동산 세제 같은 경우는 예전에 시행했던 역사가 있고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조세저항을 반추하고 전문가나 실무자 이야기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선한 목표를 가지고 하는지 공감하지만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천만의 말씀”이라며 “인간은 다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전제로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안에 대한 질문에 “입에 재갈이 물려 있다”며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이날 발간된 책 주제인 ‘금융실명제’와 관련해 “정책 타기팅도 이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전략전술이 필요한데 금융실명제는 전문가들이 붙어서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사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는 “노자(老子)도 정치를 이야기할 때 항상 작은 생선을 굽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했다”며 지적했다.
이날 발간된 ‘코리안 미러클’은 1993년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추진된 금융실명제 도입 배경과 시행 등 과정을 담은 책으로 여섯 번째 시리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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