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100만건 아래로 내려갔지만 내용상으로는 더 나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적인 숫자가 줄어든 것은 좋은 신호지만 아직 고용시장 회복은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지난주(8월 2일∼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96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주 119만건보다 23만건 줄어든 것으로 2주 연속 감소세다. 시장 전망치 110만건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100만건 미만으로 집계된 것은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비필수 업종에 대한 ‘셧다운’ 조치를 시행한 이후 21주만에 처음이다.
최소 2주간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550만건으로 전주보다 60만건 줄었다. 지난 4월 초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예상보다 신규 실직자 수가 적은 이날 발표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느려지는 가운데 경제회복의 동력이 생기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만,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달 31일자로 주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 프로그램이 만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업수당을 청구하는데 따른 혜택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실업수당 청구는 대부분 일시해고나 무급휴직이었으나 최근 사례들은 대부분 영구적 해고라고 지적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100만건 아래로 내려온 것을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하면서도 “고용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통화정책조사 책임자인 라이언 스위트는 “해고 사태의 속도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수의 노동자들이 실업수당을 신청하고 있다”며 “추가 부양책 통과의 시급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우리 경제는 추가 부양을 필요로 한다”라고 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