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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의창만필] 의사들의 게임 '공.공.재.빵~으악~'

<서구일 모델로 피부과 원장>

소아외과·분만 등 필수의료인력 부족

터무니 없는 의료수가 책정에서 비롯

공공재 성격 강한 외상센터 국가 직영

적자 보전 등 제대로 된 해결책 필요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의료 인력 부족 지역에서 복무할 의사 4,000명을 증원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대 설립안에 반대하며 의사들이 파업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공공의대 설립의 당위성을 언론에 설명하며 “의사는 공공재”라는 발언을 하자 의사들 커뮤니티에는 자조적 패러디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앞으로 의사들 술자리 게임은 ‘공·공·재·빵 으악~’으로!’ ‘공공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진실된 사람이었느냐’ ‘공공재를 낳은 우리 엄마는 나라에서 상 안 주나요’ 등의 씁쓸한 패러디가 대부분이다.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정부 측 단골 메뉴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적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농촌 지역에는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없어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원정 출산을 가야 하는 곳도 많다. 2020년 현재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가 전국적으로 33개에 이른다고 한다. 또 지난 2016년에는 전주에서 교통사고로 골반골절이 된 2세 소아가 소아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 도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우리나라 소아외과 전문의의 숫자는 48명밖에 안 돼 미국이나 선진국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아외과나 분만과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서 발생하는 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이 단순히 의사 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일까. 의사의 절대 수도 중요하지만 진료과별 의사 수급의 불균형을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질환 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 수가에 관해 문외한이었다. 10여 년 전쯤 복지부에 근무하는 선배 의사에게 “건강보험의 의료수가가 원가의 75%밖에 안 된다는 말이 의사단체의 엄살 아니냐. 어떻게 원가에도 못 미칠 수 있냐”고 물었다. 선배는 놀랍게도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병원이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비급여 항목과 장례식장 수입으로 수지를 맞추고 있지 않냐”고 답했다. 이건 마치 여행사에 원가 이하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신 면세점 뺑뺑이를 돌려 리베이트로 먹고살라고 국가가 나서서 장려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라 큰 충격을 받았다.

의료 수가와 관련해 ‘사람의 분만료가 개만도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제왕절개술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사람의 경우 전부 43만원인 데 비해 개는 약 50만원 선이고 여기에 마취료와 수액이 별도 청구된다. 제왕절개술만 놓고 보면 사람의 분만료가 개만도 못하다는 것이 사실인 셈이다. 보통 병원이 분만을 유지하려면 월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문제는 지방 병원의 경우 농촌 인구 노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한 달 분만 건수가 20건에도 채 못 미치기 때문에 분만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분만 수가, 의료사고가 났을 때 감당해야 하는 억대 소송비 부담이 맞물려 아예 산전 진료만 하거나 병원 문을 닫게 돼 분만 무의촌은 점차 늘어간다.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외상센터장을 그만둔 것도 외상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건강보험 구조로 경영진과의 갈등이 수년간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의료 영역이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데 동의하고 필요하다면 의사 수를 늘리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의사 수가 늘면 농촌의 분만 병원이나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전문의가 자연히 많아지겠지’라는 생각은 곤란하다. 적자 때문에 시골 빵집이 사라지는데 제빵사만 더 양성하는 우스운 꼴이다. 그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 부문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적자를 보는 민간병원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원가 이하의 수가를 현실화하거나 공익적인 역할을 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를 보전해주는 데 돈을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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