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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금융일반
청약에 '0순위'가 존재했다?…주택청약의 역사 [박윤선의 부동산 TMI]

<18> 1977년 시작된 주택청약제도

6회 떨어진 사람에게 '0순위' 우선권 부여

2007년 가점제 도입, 2009년 청약종합저축 탄생

기회의 균등 위해 발전했지만 쉽지 않아

/일러스트=진동영기자




새내기 직장인 시절,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떠돌던 ‘3대 금융 상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연금저축, 재형저축 그리고 청약통장. 당시 뭣 모르고 가입한 청약통장이 대체 어디에 쓰는 것이며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는 집 마련에 슬슬 관심이 생긴 30대가 돼서야 깨닫게 됐죠.

저처럼 남들이 다 가입하니까, 부모님이 가입하래서, 은행에서 가입을 권유해서 청약 통장이 뭔지 잘 모르고 가입한 분들이 많을텐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부동산 TMI>에서는 청약이 언제 시작됐고, 청약에 저축해 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 정체를 소소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청약에 ‘0순위’가 존재했다? = 주택청약제도의 시작은 1977년 8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무주택 국민들이 청약에 가입해 돈을 저금하면 이 돈을 활용해 공공주택 건설을 지원하는 제도였습니다. 대규모 주택 개발을 할 만한 자금이 부족했던 당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묘수였던 것입니다. 이 구조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청약에 저축한 돈은 그냥 통장에서 쿨쿨 자고 있는 게 아니라, ‘주택도시기금’에 편입된 후 공공주택을 짓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이 여러분께서 부동산 뉴스에서 자주 보셨을 ‘주택보증공사(HUG)’입니다.

청약 초창기에는 1순위 문턱이 매우 낮았습니다. 무주택 세대주가 국민주택청약부금에 가입하고 일정 기간 납입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전매 금지 조항 같은 것도 없었죠. 흥미로운 것은 당시에 존재했던 ‘0순위’입니다. 민영아파트 청약 예금 가입자 중 6회 이상 떨어진 가구는 0순위로서 우선당첨권을 부여받았습니다. 하지만 0순위 통장 불법 거래가 성행하자 1983년 이 제도는 폐지되고 맙니다.



◇스무살 이상만 가입 가능했던 그 시절 주택청약 = 단순히 오래 청약을 부을 수록 유리했던 청약 구조는 2007년 크게 바귑니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고려한 청약 가점제가 도입된 것입니다. 이 때부터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입주자저축 가입기간(17점)에 점수를 매겨 합산점수(총점 84점)가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제도가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분양에서는 청약저축 납입 기간과 금액이 중요합니다. 민영주택에는 다달이 얼마를 넣든 1순위 자격만 보유하면 되지만, 공공분양의 경우 오래, 많은 금액을 저금한 사람일수록 청약 우선권이 있습니다. 월 최대 인정금액은 10만원 입니다. 20만원, 30만원을 넣더라고 결국 인정되는 건 10만원이라는 얘깁니다. 공공분양에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매월 10만원씩 연체 없이 오랜 기간 통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한가지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변화는 2009년에 이뤄진 청약 통장의 통합입니다. 과거에는 청약 예금과 청약 부금, 청약 저축 등 총 3종류의 청약 통장이 있었습니다. 국민주택에 청약하기 위해서는 청약저축에 가입해야 하고, 민영주택에 청약하려면 청약예금과 청약부금에 가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 편의를 위해 2009년부터 ‘청약종합저축’으로 통폐합됐습니다. 이때부터 달라진 또 하나는 가입 연령 폐지입니다. 이 전까지는 20세 이상, 그것도 세대주만이 청약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복잡한 청약제도는 ‘세계 유일’ = 세계 유일의 임대 제도인 ‘전세’처럼 이렇게 정교하고 복잡한 청약제도 역시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듭니다. 그나마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는 카자흐스탄인데요. 소비자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은행에 예치하면 은행에서 이를 기반으로 공사비 대출을 해주는 구조입니다. 싱가포르에는 ‘분양주택 등록대기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신청자가 고유 번호를 부여받고 차례가 오면 아파트를 분양해주는 제도 입니다. 과연 평균 몇 년을 기다리면 분양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일본의 경우 청약금이라는 돈을 계약시 미리 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청약 통장 제도는 없다고 합니다.

청약제도가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세밀해진 까닭은 최대한 공정하게 기회를 배분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최근 청약 가점제에서 밀려난 30대들이 이른바 ‘패닉바잉’에 나서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또다시 신혼부부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장년층이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기회의 평등, 참 쉽지 않습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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