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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63> 경기부양 위해 철도 인프라에 올해 200조 쏟아부어…국력 과시·주민 통제는 '덤'

■세계 고속철도 3분의2 차지한 중국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역에서 고속열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최수문기자




최근 중국 관영 매체에서 가장 흔한 뉴스 가운데 하나가 철도와 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공사 소식이다. 어디에서 무슨 공사를 시작했다든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도로 보다 철도 관련 뉴스가 훨씬 더 많다. 역대 중국 정권은 철도 건설에 국력을 집중해 왔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철도 건설에 200조원 내외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서 징슝(京雄)철도 전 노선의 궤도연결 기사를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이날 궤도가 연결됨에 따라 관련 시설 보강 등 마무리작업만 남겨 놓고 있다. 징슝철도는 베이징(北京)의 베이징서역에서 슝안(雄安)신구까지 92㎞를 잇는 노선이다. 인민일보는 “징슝철도 건설로 베이징에서 슝안신구까지 1시간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슝안신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시진핑 도시’라는 이름까지 붙은 지역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외에도 중국 곳곳의 철도 연결 소식이 거의 매일 전해진다. 지난달 30일에는 헤이룽장성의 무단장·자무쓰 고속철도 노선 가운데 치싱펑터널 개통소식이 있었다. 무자철도는 중국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고속철도로, 치싱펑터널은 헤이룽장성의 최장 터널이다. 터널 길이는 1만291m, 최대 깊이 423m에 이른다. 중국이 자랑할 만한 역작이기도 하다.

중국은 최근 장기 철도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13일 중국 국영 철도 건설사인 중국국가철로집단유한공사는 ‘신시대 교통강국 철도건설 계획강령’이라는 이름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는 2035년까지 중국내 철도 전체 거리를 20만km까지 늘리고 이 중에서 고속철도 구간 거리를 7만 km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15년 동안 철도는 약 6만㎞, 고속철도는 3만4,000㎞ 더 늘려야 한다.

2035년은 시진핑 주석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고 제시한 연도다. 계획강령에 따르면 인구 20만명 이상의 모든 도시가 철도로,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는 고속철도로 연결된다. 중국의 ‘고속철도 건설표준’은 시속 250km 이상으로 운행하는 열차를 고속철도로 정의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톈진 구간 고속철을 처음 개통한 이후 철도, 특히 고속철도 구간을 급격히 확장하는 등의 ‘고속철도 굴기’를 전개해 왔다. 지난 7월 말 기준 중국의 전체 철도 거리는 14만1,400㎞에 달하고, 이중 고속철도 구간은 3만6,000㎞이다.

중국 내에 지난 2015년 말 현재 철도 12만1,000㎞와 고속철도 1만9,000㎞가 있었는데 이후 5년 만에 철도는 2만㎞, 고속철은 1만7,000㎞가 각각 늘어난 셈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철도 노선 확장이 고속철도에 집중된 것이다.

지난 9일 중국 광둥성 시장철교가 마지막 연결작업을 진행중이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내놓은 ‘계획강령’은 향후 15년 안에 고속철도를 현재의 두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전세계 고속철도의 66%는 중국에 있는 상황에서 계획강령처럼 철도건설이 진행될 경우 중국 시장의 비중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다른 교통수단보다 특히 철도건설에 주력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 몇 가지다. 철도 건설이 막대한 투자를 수반하는 것과 함께 철강·시멘트 등 다양한 동반산업이 있으며 인력 고용도 많다. 특히 그동안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까지 최신식 철도망을 깐다는 국내외 홍보 효과도 있다.

단기적으로 여전히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누적 고정자산 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지만, 그 가운데 철도 건설 투자액은 5.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로 건설 투자액이 2.4% 증가한 데 비하면 철도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은 것이다. 심리적으로도 중국은 거대한 철도 인프라를 자신의 나라가 이제 강국이 됐다는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고속철도 건설 청사진은 인프라 투자로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철도가 인기 있는 이유는 대륙 국가의 특징상 각 지역을 연결하는데 철도가 가장 유리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수도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거리는 1,200㎞인 데 고속철도를 이용할 경우 4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비행시간만 두 시간이 걸리는 등 이용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항공기보다 시간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도는 사회주의 통제체제와도 맞아떨어진다. 국민들의 이동을 관리하는 데 철도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가용 운전자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도로 보다는 출입구가 정해진 철도가 훨씬 국민들을 통제하기가 쉽다. 중국에서는 철도 승차권도 실명 확인을 거쳐야 살 수 있다. 이동 상황이 한눈에 파악되는 것이다.

지난 6일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열차 정비가 진행중이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근대 철도의 역사는 1876년에서 시작된다. 이해 영국의 자본으로 상하이에서 우쑹까지 14㎞ 구간에 우쑹철도가 놓인다. 다른 근대 시설처럼 반대 운동도 있었지만 점차 철도는 중국인들에게 근대화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전국에 잇따라 자리잡게 된다. 나랏돈으로 철도를 깐 일본이나 한국과는 달리 초기 중국 철도는 지방정부나 지역기업의 자금으로 시작했다.

중국을 왕조시대에서 공화제로 옮긴 신해혁명의 발단이 쓰촨성의 보로운동(철도국유화 반대운동)이었다는 것은 철도에 대한 중국인들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쓰촨에서 지역민들이 돈을 모아 만든 철도를 당시 정부인 청나라 조정이 국유화해 이를 해외 차관의 담보로 제공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에 대해 주민들이 봉기를 일으키면서 신해혁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른바 ‘신중국’이 들어선 이후에도 철도는 중국의 핵심 교통망이 됐다. 자동차도 드문 상황에서 고속도로는 필요 없었고 중국인들의 주요한 이동 수단은 여전히 철도였다.

1990년대 철도와 관계된 주요한 사건으로 두 장면이 있다. 우선 1992년 개혁개방의 전면화를 부르짖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다. 당시 덩은 철도에 몸을 얹고 남쪽을 다니면서 때로는 지역 관리들과 대화를, 또는 강연을 했다. 물론 특별열차를 배정했지만 이 당시에도 실질적인 최고권력자의 교통수단이 철도였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의 급속함과 함께 때로는 잔인함도 보여준 것은 1990년대 철도역이다. 수만명의 중국인들이 철도역 앞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장면을 당시 외국인들은 반쯤은 괴이하게, 반쯤 두려움으로 바라보곤 했다. 이들은 개혁개방 직후 동남해안의 공업도시로 이주한 농민공들로 춘제 등 명절에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철도역에 모였던 것이다.

물론 이런 풍경은 다시 볼 수 없을 듯하다. 현재의 시진핑 등 최고 지도부는 이동에 비행기나 자동차를 이용한다. 그리고 농민공 숫자가 줄어들었고 매표 방식으로 온라인으로 바꿨기 때문에 역에서 그렇게 무작정 대기할 필요도 없다.

이미 거대한 철도망을 갖고 있지만 철도 기술에서 후진국이었던 중국이 2000년 들어서 비상을 한다. 고속철도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다. 이때 ‘시장과 기술을 맞바꾼다’는 중국의 주장이 빛을 발한다.

중국에서 고속철도급이 운행된 것은 1998년이다. 당시 남부 광둥성의 광저우-선전 구간을 스위스로부터 수입한 고속철도 차량을 투입해 최대 시속 160~200㎞로 운행했다. 고속철도 건설 초기에는 독일과 일본이 기술을 도입했으나 이내 국산화했다. 최초의 중국산 고속철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시속 350㎞ 수준으로 개통한 베이징-텐진 노선이다.

중국의 고속철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는 2004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교통운수부, 철로총공사(현 국가철로집단유한공사) 등이 함께 발표한 ‘중장기 철도망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을 종단하는 4개 고속철 노선과 횡단하는 4개 고속철 노선을 만들자는 ‘4종4횡’ 계획이 나왔다. 이어 2016년에는 수정안인 ‘중장기 철도망 계획(2016~2030년)’으로 확대됐다. 이 계획에서 2020년까지 전국 고속철도 노선을 3만㎞로 늘리고 기존 ‘4종4횡’을 두 배인 ‘8종8횡’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국에 고속철도망을 더욱 촘촘히 깔겠다는 것이다. 당초 2020년까지로 제시한 3만㎞ 고속철도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화물열차가 지난 12일 산시성 시안을 출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고속철도는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대외 팽창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도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에 철도 인프라를 건설하면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중국 철도 건설에는 화려한 목표와 함께 숨겨진 문제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는 무한히 늘어나고 있는 부채다. 수입 규모에 비해 시설투자비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현재 국가철로집단유한공사의 총부채는 5조5,000억위안(약 941조원)에 이른다.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계획에 따라 국가철로집단유한공사는 지난 한해에만 8,029억위안을 철로 건설에 쏟아 부었다.

올해 들어서도 1~7월에 철도 투자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5.7%가 늘어났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두자릿수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즉 올해 철도 투자에 1조위안 이상, 우리 돈으로 200조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정부는 철도 등 인프라 사업 분야에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6조위안 이상을 올해 예산으로 배정해 놓았다. 채권 발행 등을 통해 향후 철도 부채가 더욱 불어날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인프라를 위한 대출이나 채권을 빚 보다는 선투자로 보는 인식이 중국 관료들에 만연하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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