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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한국 경제 등수 매기기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씀씀이 줄고 삶의 질 떨어지는데

'성장률1위' 서민엔 공허한 얘기

경제과제 직시·대책 마련이 우선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주기적으로 회원국 경제를 진단해 정책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여기에는 다른 나라 성장률 수치가 들어 있지 않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친절하게도(?) 지난 6월에 OECD가 발표했던 세계경제전망과 그 후 나온 4개국 경제보고서를 조합한 경제성장률 비교표를 만들어 한국이 1위라고 보여줬다.

사실 6월 OECD 세계경제전망에서도 한국 성장률이 가장 나았는데 그 당시 홍보가 덜 됐다고 판단했는지 이번에는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탁월한 성과임을 강조했다. 정부 홍보에 맞서 야당은 내년에는 우리 성장률이 끝에서 네 번째로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경제는 올림픽에서 메달 경쟁을 하듯 순위를 다투는 것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우리 국민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삶의 질이 낮아진다. 다른 나라 성장률이 우리보다 뒤떨어진다고 해도 우리 삶에 아무 도움이나 득이 되지 못한다. 전세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세입자와 장사가 안 돼 가게 문을 닫는 식당 주인에게는 OECD 1위라는 탁월한 성과가 도무지 와 닿지 않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 내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적 충격을 크게 받는 나라가 있어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위축이 위기일지언정 결코 기회가 될 수는 없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당시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었으며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12위다. 그렇지만 한국 경제가 그동안 퇴보했거나 답보상태로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가 경제 발전 대열에 동참하면서 순위는 밀렸지만 한국은 이 새로운 시장을 활용해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3만달러대로 올라섰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상승률이 86개국 중 1위라는 통계도 며칠 전 나왔다. 지난해 연말 대비 중국과 미국이 우리보다 더 오른 것 같아 무슨 얘기인가 보니 3월 최저점과 대비해 오른 폭이 최고라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출렁거린 정도가 심했다는, 즉 취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 실업률 상승 폭이 가장 낮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는 뉘앙스지만 4%대인 우리 실업률은 3% 전후인 일본·스위스·싱가포르와 비교해서 높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 졸업생과 60만명에 달하는 신규 실업자 및 58만명의 취업 포기자에게는 참으로 공허한 말이다.

우리가 부딪치고 있는 현실 문제와 거리가 먼 등수 매기기에 연연하기보다 우리 과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OECD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잠재성장률이 1.2%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다음 정책 권고를 했는데 이를 검토·추진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단순 노동 중심의 정부 직접 일자리 정책은 직업훈련 및 평생교육과 같은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보장 확충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와 함께 시행해야 한다. 한국의 단체 해고와 비교해 개별해고는 엄격히 제한돼 있으며 결과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제약한다. 규제개혁이 필요하며 특히 원격의료에 대한 제한을 풀어야 한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직장 및 가정문화를 개선하고 출산·육아 휴가의 남성 이용률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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