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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공급만으론 풀수 없는 집값불안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대책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집값이 들썩일 때마다 전문가들이 시장논리로 문제를 풀라며 어김없이 내놓는 훈수다. 시장논리의 핵심은 수요를 억제하지 말고 공급을 크게 늘려 수요공급 균형으로 가격급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대로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수요공급 곡선으로 봐도 맞다. 다만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급의 대상이 일반적 재화가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파트 가격은 토지와 건축물 가치의 합이고, 땅은 고정돼 있다. 상식적인 얘기다. 아무리 원해도 토지는 한정돼 있으니 아파트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마음껏 늘릴 수 있는 일반 재화가 아니다. ‘공급확대=가격안정’의 주문을 실제 대입해 풀기 어려운 문제인 셈이다.



부족한 부지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도 시장논리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서울지역 주택청약통장 가입자가 올해 6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금융소득을 얻기 위해 통장을 만든 게 아니다. 상당수는 청약 당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이다. 서울 아파트 재건축·재개발로 이 많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면 집값은 언제든 급등할 수 있다. 가령 기존 4,000가구 규모의 대형단지가 공공·민간 재건축으로 아무리 용적률을 후하게 치고 기부채납 면제를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단지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일반분양 아파트는 3,000가구를 채 넘지 않는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요를 끌어안으려면 서울 대형단지 2,000곳 이상을 재건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최근 4년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 청약은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규제 없는 재건축 아파트 공급확대는 제로금리 기조와 청약 광풍으로 인한 집값 폭등을 걱정하는 현 시국에서 가능하지 않은 플랜이다.

집중은 많은 문제를 낳는다. 서울·수도권은 집중돼 있다. 집값 불안의 원인을 집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타당하지도 않다. 한정된 땅과 인구밀집이란 상수를 그대로 둔 채 공급확대에서 해법을 찾으려 한들 문제해결은 요원하다.

분산은 실마리를 줄 수 있다. 선진국 가운데 행정·경제·문화 등 모든 국가기능이 우리 서울·수도권처럼 한곳에 집중된 곳은 드물다. 서울·수도권 중심의 재정·자본·투자의 물줄기를 지방으로 더 많이 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에 경쟁력을 갖춘 공공기관 이전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민간기업의 유치가 이어져야 한다. 지방의 좋은 일자리와 주거 인프라 확충은 서울을 선택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여유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분산은 균형을 이루고 균형은 집중의 폐해를 막는다. 분산과 탈중앙화는 시대 정신이다.
/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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