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 연습 라운드가 열린 20일 엘리시안 강촌CC. 코스를 점검 중이던 김비오(30)는 티잉 구역에서 자신을 향한 방송 카메라를 확인하고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중 갤러리 쪽으로 손가락 욕을 해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김비오가 11개월 만에 KPGA 투어 대회에 돌아왔다. 김비오는 이날 18홀을 다 돈 뒤 클럽하우스 앞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이동해 많은 취재진 앞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327일이라는 시간 동안 깊이 반성했다. 불편하시겠지만 성숙해진 모습을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제 실수로 상처 입은 많은 분들에게 사과드리고 싶다. 선수로서 경기에 대한 각오나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비오는 지난해 9월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 16번홀 티샷 과정에서 소음이 난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부적절한 제스처를 취한 뒤 드라이버를 바닥에 내리찍어 물의를 빚었다. 김비오는 우승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협회로부터 3년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일각에서 과한 징계라는 비판이 일자 협회는 3주 만에 출전정지 기간을 1년으로 경감한 데 이어 지난달 말 특별사면 형식으로 한 달을 더 줄여줬다. 협회가 어떤 이유로 징계를 완화한 것 같으냐는 물음에 김비오는 “그동안 봉사활동 등을 통해 보인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봐주신 것 같다”며 “필드에 서는 것 자체를 감사하며 살라는 가족과 주변의 조언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라는 호칭에 걸맞은 성숙함과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3월 아시안 투어 말레이시아 오픈(공동 31위) 이후 5개월 만에 골프대회에 출전한 김비오는 시즌 종료까지 KPGA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다.
/춘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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