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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고…보험료·신용정보까지 들여다 보겠다는 정부

부동산 감독기구에 개인계좌 추적 권한까지 추진

전문가들 "과도한 개인의 기본권 침해" 등 우려

정부 내부서도 신중론... 홍 부총리 "신중 기해야"

수사권 부여 움직임도…개인기본권 침해 우려 커져
문재인 대통령이 설립을 지시한 ‘부동산 감독기구(가칭 부동산감독원)’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금융자산·신용정보 등 사실상 민감한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불법행위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과도하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집값 정책의 실패를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에 이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응반에 주민등록 전산정보, 등기 기록, 각종 세금증명 자료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기초연금 등 보험료, 금융자산·금융거래·신용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대응반이 개인 계좌에 있는 자산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검찰이 보유한 계좌추적권 못지않은 권한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와 한국감정원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마치고 필요한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며 “불법행위 의심거래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이지 일반 국민의 계좌를 감시하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 중인 대응반에 이 같은 권한을 부여하고 향후 출범이 예정된 부동산감독원에도 준용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대응반의 인력과 권한을 늘려 감독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하나의 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권한 부여만으로도 부동산감독원이 국세청 못지않은 파워를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수사권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서법률사무소’의 정인국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접근해 탈세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나왔는데,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했었다”며 “정부와 여당 안은 위헌 여부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자산 70%가 부동산 집중…국가가 사실상 개인 행동 감시
우려했던 ‘빅 브러더’ 수준의 권한을 지닌 ‘부동산 감독기구(가칭 부동산 감독원)’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 외에 거래를 위축시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전방위적 ‘사찰’이 가능해질 경우 사실상 개인의 모든 행동을 국가가 감시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크게 뛴 것을 시장 참여자들의 책임으로 전가한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바라본 강남의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허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 권한 강화와 관련된 내용은 관계기관과 일정 수준 협의를 마친 상태로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발의를 앞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감독기구를 총괄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금융, 보험, 세금기록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국토부 산하 대응반에 이 같은 권력을 부여하고, 추후 부동산감독원이 만들어지면 준용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수상하다고 기본권 침해, 부총리도 “신중해야”

‘한서법률사무소’의 정인국 변호사는 “부동산 거래 감독을 위해 개인정보를 들여다본다 해도 ‘과잉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기준이 되는 의심 거래 자체도 어느 수준의 의심 정도를 얘기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도 “정부 기관이 국민 개인의 계좌·과세정보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가장 최고 수준의 권한을 갖는 다는 것”이라며 “과잉 정보 열람에 대한 견제 기능 등 보완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다면 헌법 가치를 정부가 나서서 훼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 간 사적 거래를 단순히 ‘위법 가능성’ 만으로 감시한다는 발상부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일대 모습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는 부동산 감독원에 계좌추적, 통신조회 등 광범위한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응반은 제보를 통해 의심거래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더라도 당사자에게 출석 요구를 한다거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불법과 관련한 증거를 수집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경찰에 버금가는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감독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히 많다”며 “개인적으로는 감독 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 역시 “자칫 부동산 시장 대응 실패 책임을 면하기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거래 위축 초래…‘시장 음지화’ 우려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거래를 위축시키고 심지어 ‘시장의 음지화’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가뜩이나 정상 거래도 고가주택을 거래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죄인 취급을 하고 있는데, 이런 감시기구까지 나타나면 부동산 거래를 대폭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거래가 늘고 부동산 거래가 음지화되는 모습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감독 기능을 넘어 사실상 심판이나 판결의 기능까지 갖겠다는 의미라면 국민의 재산권 침해나 경제활동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내 한 은행의 창구. /연합뉴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은행에서도 고객의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정부 기관이라도 개인 정보를 공권력을 앞세워 열람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한적인 이용만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그동안 탈세 의심 사안에 대한 조사권은 국세청이 보유했는데 이제 국토부가 한발 앞서 금융정보를 통해 살펴보겠다는 맥락으로 보인다”며 “불법행위를 방지한다는 대외명분이 있지만, 국토부가 강력한 힘을 보유한 국가기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동효·진동영·김인엽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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