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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페이스북 몰려오는데…빅테크-빅뱅크 상생 없인 '공멸'

[리빌딩 파이낸스 2020]

■막오른 新금융패권 전쟁

<1>무너지는 금융경계…'공생의 룰' 찾아야





네이버와 카카오의 막강한 금융공습이 시작됐다. 플랫폼 대기업인 이들 빅테크가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면서 금융산업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통장을 만드는가 하면 신용대출과 보험·증권업까지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에 안주했던 전통 금융산업에 ‘메기’ 역할을 기대했지만 폭식자인 ‘상어’가 등장했다고 아우성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더 이상 은행의 경쟁자는 은행이 아니다”라고 단언할 만큼 빅뱅크와 빅테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신(新)금융패권 전쟁’이다. 금융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금융의 디지털 대전환기에 맞춰 ‘공생의 룰’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빅테크 전방위 공습=빅뱅크의 불만은 상반기 네이버가 ‘네이버통장’을 내놓으면서 폭발했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만든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이지만 ‘통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네이버가 수신업무를 한다는 착각을 불러왔다. 은행권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네이버통장은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으로 명칭을 바꿨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곧 시작될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서 금융사들은 역차별을 주장한다. 금융사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각종 금융 데이터를 빅테크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빅테크가 보유한 쇼핑·결제 정보 등의 데이터는 제공 의무가 없어서다.

더구나 네이버는 쇼핑·결제 정보 등을 이용해 대출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다. 보험업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고 사망보험·자동차보험 등 일부 상품은 취급하지 못한다. 은행의 계열 보험사 상품을 ‘몰아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인데, 빅테크는 이 같은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금융에 발을 들이려는 네이버는 문제 제기라도 가능하지만 은행과 증권 라이선스를 이미 따낸 카카오는 빠르게 금융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 리스크 전이 우려…ICT도 ‘사회적 책임’ 강화=
빅테크의 금융 서비스 범위가 간편결제와 송금을 넘어서 예적금·대출·보험까지 확대되면서 위험 전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빅테크가 기존 금융법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금융사와 협업하더라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새로운 방식의 금융상품 판매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규제 범위 밖의 빅테크로 인해 특정 상품으로의 과도한 쏠림이 나타날 수 있고, 기업의 자금조달과 운용상의 불일치 등이 금융사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빅테크의 펀딩 상품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처럼 외부에 적립해야 하는 규제가 없다”며 “경제충격이 발생하거나 개별 회사의 경영실패 시 펀딩 상품에 대규모 유출입이 발생할 수 있어 빅테크가 대형화될수록 유동성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소규모 핀테크를 대상으로 한 전자금융거래법을 빅테크에 적용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도 소규모 핀테크 육성책에 빅테크가 편승해 규제와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고 ‘단물’만 챙긴다는 불만이 많다.

데이터활용·건전성 규제 등 빅테크 유리한 환경에 갈등



“컨트롤타워 구축해 공정경쟁 가능한 제도 정비를” 지적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맞서 ‘금융+ICT’ 경쟁력 키워야



◇공정한 경쟁 ‘룰’ 도입 필요=금융권과 테크 기업 간의 갈등만 부각해서도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배기헌 금융결제원 금융결제연구소 책임연구역은 “은행업은 자기자본비율, 증권업은 순자본비율과 같은 건전성 규제가 있지만 빅테크에는 별다른 규제 잣대가 없다”며 “빅테크의 금융진출이 불공정한 경쟁환경으로 가지 않고, 금융시장 안전성 강화를 위해 제도와 규범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역은 “사업모델이나 주요 업종의 특성을 감안한 금융 시스템 안전성 제고를 위해 건전성과 수익성 등의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 정비와 함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정부와 업계·학계 등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통해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적절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민관협력이 가능한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더 큰 적이 온다, 한편이 돼라”=미비한 제도와 역차별 논란 속에서도 빅뱅크와 빅테크 간 협업은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담당 임원은 “더 큰 적을 상대하기 위해 한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며 “우리끼리 금융 패권만을 다투다가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우려한 듯 최근 우리금융은 KT와 손을 잡았고 KB금융은 엔씨소프트와 인공지능(AI) 투자자문 합작사를 설립한다. 하나금융도 SK텔레콤과 합작법인 핀크를 출범시킨 데 이어 신한금융은 네이버와 ‘적과의 동침’에 들어가 AI 서비스를 높이고 있다. 배 연구역은 “빅테크의 플랫폼은 아시아와 북미에서, 빅뱅크는 동남아·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며 “협업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이 아닌 국경을 초월한 금융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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