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대표 풍력터빈 제조업체 유니슨(018000)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국내 풍력산업이 정부의 ‘그린뉴딜’ 바람을 타고 살아나는 와중에 도시바가 손을 떼기로 결정한 배경을 두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니슨은 최대주주인 도시바가 보유주식 1,551만주(13.9%)를 아네모이에 198억원에 매각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아네모이는 삼천리자산운용이 조성한 신재생에너지 사모펀드(PEF) ‘비티에스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이번 투자에는 국민연금과 신한캐피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네모이의 대표이사로는 이창석 삼천리자산운용 부대표가 선임됐다.
도시바는 지난 2011년 5월에 유니슨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술력이 있는 유니슨과 자금력이 있는 글로벌 기업 도시바가 힘을 합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도시바는 당시 전환사채(CB)를 사는 데 400억원을 썼고 이듬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39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또 산업은행·하나은행·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291만주를 200억원에 매수해 총 84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풍력 업황이 개선되지 않고 도시바의 느린 의사결정이 더해지면서 결국 유니슨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회사는 적자로 돌아섰고 도시바는 이후 진행된 유니슨의 유상증자에 불참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번 매각가를 고려하면 도시바의 평가손실은 64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올 상반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풍력산업을 한 축으로 하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이 발표되면서 유니슨의 성장 전망을 밝게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해졌다. 올해 3월 500원대에 거래되던 유니슨 주가도 2,500원대로 올랐다. 이처럼 반등이 시작된 시점에 도시바가 지분매각을 결정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유니슨 고위관계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시바의 유니슨 지분매각 계획은 연초부터 진행됐다. 도시바가 무리하게 미국 원전을 인수했다가 부실에 빠지면서 2017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비교적 비중이 작은 유니슨에 대한 경영진의 결정이 최근에야 이뤄졌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연초부터 실사 등을 진행하면서 지분매각을 추진해왔다”면서 “3년 전에 했어야 할 정리작업이었지만 그룹 내 비중이 큰 자산부터 처리하다 보니 이제 유니슨의 차례가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업계는 이번 지분매각이 오히려 유니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풍력발전 전문가로 꼽히는 한 국내 대학 교수는 “그간 도시바 지분 때문에 유니슨이 일본 기업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산 측면도 있다”면서 “이번 지분매각을 계기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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