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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늑장대응에는 면죄부가 없다

사회부 이지성 차장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가장 대응을 잘한 국가입니다. 정부가 신속하게 접촉자를 추적하는 방역체계를 마련했고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방역지침을 지킨 덕분입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최근 한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참담하기만 하다.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실상 ‘국가 셧다운’ 수준인 3단계로 격상하는 것을 놓고 절치부심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이제 하루 신규 확진자는 400명을 바라보고 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20%에 이른다. 최근 10일 새 확진자는 2,600명에 달하고 누적 사망자는 이미 300명을 넘어섰다. 거의 닿을 듯했던 코로나19 종식은 물거품이 됐고 이 전대미문의 감염병은 온 국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죽지세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정부 방침을 무시하고 조사마저 거부하는 일부 교회 신도와 광복절 집회 참석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비난을 안겨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코로나19는 이미 전국적인 대유행에 들어섰고 결국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한국은 코로나19 모범국에서 실패국으로 자칫 전락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내몰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놓고 머뭇거리고 있다. 국가경제가 마비될 수 있기에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단계로 격상 시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등 국민생활과 서민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에 지금은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확산세를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른 지금 정부의 고민은 무의미하다.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3단계로 격상해 손실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당장 3단계로 격상해 확산세를 꺾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며 국민들의 성숙한 방역지침 준수가 우선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감염병 사태에서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절대적으로 낫다며 선제적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감염병과 같은 대형 재난은 취약계층에 가장 먼저 찾아와 치명적인 피해를 안기고 가장 늦게 떠난다고도 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은 뒤에야 내놓는 늑장대응에는 어떤 변명으로 포장하더라도 면죄부를 줄 수 없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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