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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64> 홍수 막고 전력 공급한 中 싼샤댐, 기후변화의 제물 될까

■계속되는 싼샤댐 붕괴설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위치한 싼샤댐이 지난 23일 역대 최다인 11개의 수문을 열고 물을 하류로 방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홍수와 수해를 당한 중국에서 다시 싼샤댐(三峽·삼협댐)이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은 홍수를 견디지 못하고 싼샤댐이 붕괴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다. 물론 25일 현재 싼샤댐은 이번에도 모든 고난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중국에서 장마철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무사히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같은 논란이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중국 창장(양쯔강) 유역에 매년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쌴샤댐에 대한 압력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수재민은 6,346만명이고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1,790억위안(약 31조원)에 이른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22일 싼샤댐의 수위는 167.65m까지 올라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댐의 높이가 185m이기 때문에 ‘겨우’ 18m를 남겨 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부터의 양쯔강 상류의 집중호우에 이어 특히 이달 중순 쓰촨성과 충칭에 40년 만에 가장 큰 홍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위가 올라간다고 댐 상황이 무조건 악화되는 것은 아니다.

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수량을 늘리면 된다. 싼샤댐은 이번에 최대 11개의 수문을 열었다. 총 22개 가운데 절반이다. 개방한 수문의 숫자는 지난 2006년 이 댐이 만들어진 후 최대치라고 한다. 그만큼 상류에 비가 많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물을 뽑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싼샤댐이 방류를 늘리면 양쯔강 하류에서의 홍수 가능성이 커진다. 댐의 유지와 홍수 방지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난 15년간 쌴샤댐이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싼샤댐 논란은 지난달 중국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 하나에서 비롯됐다. 황샤오쿤 중국건축과학원 연구원으로 추정되는 계정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한다. 이창 아래 지역은 달아나라”는 글이었다. 중국 내외에서는 이것은 싼샤댐 붕괴가 임박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황 교수는 곧바로 이 글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이후 싼샤댐 붕괴설은 점점 확산 됐다. 싼샤댐이 홍수로 휘어진 것처럼 보이는 구글 위성사진이 떠돌기도 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은 “싼샤댐은 100만년 만의 홍수에도 견디게 설계 됐으며 최근의 집중호우에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물을 방류하는 싼샤댐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싼샤댐은 처음부터 논란을 잉태하고 있었다. 지리적으로 싼샤댐은 양쯔강 중류인 후베이성 이창시에 위치해 있다. 중국 최대의 강인 양쯔강은 중국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 칭하이 고원지대에서 시작한 강물은 쓰촨성 평원을 가로지르고 충칭과 후베이성 사이의 협곡을 통과한 후 하류인 안후이성·장쑤성으로 흐르며 상하이에서 동중국해로 들어간다. 싼샤댐 좌우가 평원이라는 점에서 싼샤가 위치한 협곡 지역은 댐을 만들기에 최적이다. ‘싼샤(삼협)’이라는 이름은 쓰촨성과 후베이성에 걸쳐 있는 취탕샤(瞿塘峽·구당협), 우샤(巫峽·무협), 시링샤(西陵峽·서릉협) 등 3개 협곡에서 따왔다.

중국은 지난 1994년 12월 댐 공사를 시작해 2006년 5월 준공식을 가졌다. 댐의 전체 길이는 2,308m인데 이 중에서 둑의 길이는 1,983m이다. 댐의 높이는 185m다. 전체 사업에는 총 2,485억위안(약 43조원)이 투입됐다. 중국 역사상 만리장성 이후 최대의 공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주 묘한 광경이 싼샤댐을 사이에 두고 동서에서 연출됐다. 중국 서열 1~2위가 비슷한 날짜에 싼샤댐 동서 지역을 방문한 것이다. 우선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지난 20일 충칭을 방문했다. 중국 남부지방에 대홍수는 지난 6월부터 석달째 계속되고 있는데 특히 당시는 쓰촨성과 충칭에 폭우가 집중되고 있었다. 관영매체들은 충칭에 1981년 이후 4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덮쳤다고도 보도했다. 중국 매체의 보도에 나온 리 총리는 장화를 신고 수해지역을 누비고 있었다. 진흙이 휩쓸고 간 주택가에서 주민들과 선 채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물에 잠긴 후 누렇게 나무가 시든 농장을 찾기도 했다. 수해 피해를 점검하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반면 앞서 18일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안후이성의 모습은 오히려 평안했다. 안후이성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최근에는 다소 안정된 상황이었다. 시 주석은 어느 평범한 밭에 서서 지역관리들과 주민들에게 수해 복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고 관영매체는 보도했다. 그냥 여느 농촌 시찰 나온 관리의 모습이었다.

이를 싼샤댐의 관점에서 보면 싼샤댐 상류인 충칭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하류인 안후이성은 댐의 덕을 봤다는 의미다. 당시 싼샤댐에는 이 댐 건설 이후 가장 많은 물이 밀어닥쳤다. 하지만 댐은 이를 상당 부분 저장하면서 하류의 피해를 막았다.

양쯔강 유역에 대규모 댐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쑨원(손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한다는 발상이었다. 쑨원은 1918년 자신의 저서인 ‘건국방략’을 통해 싼샤댐 설계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1930년대 들어 중화민국 정부는 타당성 조사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이런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는데 1954년 양쯔강 유역에서 대홍수가 발생하자 싼샤댐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됐다. 이번에는 홍수조절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1980년 후베이성 이창시에 건설중이었던 거저우(葛洲)댐 현장을 방문한 덩샤오핑. 거저우댐은 1988년 준공된 양쯔강 첫번째 주요 수력발전용 댐이다. 나중에 세워지는 싼샤댐의 하류 37㎞ 위치에 있다. /바이두 캡처


실제 당시 서열 1~2위였던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가 각각 1956년, 1958년 댐 건설 예정지를 둘러봤다. 다만 여전한 자금 부족과 정치적 불안정이 대규모 사업을 가로막았다. 쌴샤댐 건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이른바 ‘개혁 개방’의 시작과 함께였다. 개혁개방으로 공장이 잇따라 들어서기 시작한 양쯔강 하류의 홍수 대책이 필요했고 또 에너지원 확보도 절실한 문제였다.

결국 싼샤댐 건설은 이 사업에 사활을 건 덩샤오핑의 독려를 통해 본격 궤도에 올랐다. 덩샤오핑은 이미 1980년 직접 시찰을 했다고 한다. 오랜 논쟁과 토의 끝에 1992년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싼샤댐 건설 계획이 승인되고 1994년 착공식을 갖게 됐다. 공사 전후로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현지를 방문했다.

싼샤댐을 통해 양쯔강 중류에 길이 660㎞, 평균 폭 1.1㎞. 총면적 632㎢의 호수가 만들어졌다. 호수의 규모는 서울시 면적과 비슷하다. 이를 통해 한국 최대의 댐인 소양강댐의 13배에 해당하는 393억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게 됐다. 발전용량은 2,250만㎾인데 실제 평균 1,000만㎾ 이상을 발전하고 있다. 발전용량은 국내 최대인 충주댐의 55배다.

물론 최고 지도부가 결정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거대한 댐을 만드는 데 대한 반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존한다. 당연히 중국 내에서도 많은 반대가 나왔다. 주로 지역 주민들과 환경론자들에게서다. ‘너무나 거대한’ 싼샤댐 자체 및 댐 주변 지형의 안전성, 주변 생태계 파괴, 수질오염 등이 제기됐다.

싼샤댐 건설의 근거가 된 ‘창장 싼샤 사업 결의안’이 통과된 1992년 전인대 회의는 두고두고 회자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거수기’ ‘고무도장’으로 평가받는 전인대에서 이때 만큼은 정부 안에 대한 반대가 속출한 것이다. 당시 투표 결과 2,633명의 전인대 대표 가운데 찬성이 1,767표에 그친 반면 반대가 177표, 기권 664표, 미투표 25표가 나왔다. 전인대 역사상 3분의 1이 반대한 것은 그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주석 3연임 이상 금지 조항 폐기 개헌안 표결 때도 반대는 단 2표에 불과했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일 충칭을 방문해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안후이성 푸양을 방문해 현지 주민과 관리들을 상대로 홍수 피해 방지와 농업생산 재개 방향을 말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어쨌든 입법기구의 ‘다수결’로 통과된 싼샤댐 건설은 이후 일사천리로 강행된다. 그리고 착공 13년이 지난 2006년 준공식까지 갖게 됐다. 하지만 건설된 싼샤댐은 중국 지도부에게는 ‘계륵’이 됐다. 역대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모두 이 댐의 건설에 관심을 가졌지만 오히려 2006년 5월 20일 후베이성 이창시 현장에서 진행된 준공식에는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싼샤공정건설위원회 주임을 겸하고 있던 원자바오 당시 총리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시행사인 창장싼샤공정개발총공사 리융안 총경리가 주도했을 뿐이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관영 중국중앙(CC)TV는 준공식 현장을 25분 정도 방송했을 뿐이다. 앞서 1994년 착공식에는 리펑 당시 총리가 참석했었다.

홍콩 언론은 당시 싼샤댐 준공식의 최고위층 불참 결정에 대해 “국제환경단체가 댐 건설에 따른 각종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고 보도했었다. 이후에도 역대 중국의 주요 지도자 가운데 건설된 쌴샤댐을 직접 방문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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