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가 내년에도 3% 가까이 오르며 기업과 자영업자·근로자 등 가입자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위해 불가피한 인상이라지만 의료쇼핑·과잉진료를 줄이는 제대로 된 지출 구조조정 없이 손쉬운 보험료 인상으로만 재정을 충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보다 2.89% 올리기로 해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현행 평균보수월액의 6.67%에서 6.86%로, 지역가입자의 부과점수당 금액은 195원80전에서 201원50전으로 각각 인상된다. 직장가입자는 본인 부담 월평균 보험료를 올해보다 3,399원 많은 12만2,727원 내야 한다. 연간 4만788원이다. 지역가입자의 가구당 월평균 보험료는 2,756원 증가한 9만7,422원이다.
내년 인상률은 올해(3.2%)와 지난 2019년(3.49%)보다는 낮다. 반면 2016년 0.90%, 2017년 동결, 2018년 2.04% 인상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다. 정부는 앞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통해 건강보험료율 인상률로 2020~2022년 3.49%, 2023년 3.20%를 제시했는데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해 인상 수준을 다소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전문가들은 저출산 고령화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치료비 지원, 임기 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려면 3%대 인상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료를 낸 만큼 보장성이 강화되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부담만큼 혜택을 함께 봐야 한다는 논리도 펼친다.
반면 보험료 인상이라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재정을 확충할 뿐 근본적인 재정절감 대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형병원 쏠림이다. 지난해 서울대·삼성서울·서울아산·연대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5대 상급종합병원의 급여비는 4조2,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2018년 증가율은 무려 25.7%에 달했다. 보장성 강화로 대형병원 문턱이 낮아지자 의료이용이 급증한 탓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상급종합병원 등 3차 의료기관 입원환자 10명 중 7명은 지역 내 종합병원이나 동네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병원 규모에 따라 적정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사실상 붕괴하며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셈이다. 또 물리치료를 습관적 마사지로 받는 사례처럼 본인부담금이 적어지자 외래진료를 과다하게 이용한다거나 평균입원일수가 18.5일(2019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7일)의 두 배에 달하는 환자와 요양기관이 주도하는 재정 누수를 막지 못하는 한계도 여전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각종 건보 지출 절감 방안이 작동한다면 2027년 기준 지출예상액이 132조7,000억원에서 117조6,000억원까지 줄어든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만큼 건보료를 덜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는 이번 인상이 수혜자와 공급자 입장만 생각한 과도한 인상이라고 평가하며 정책 개선과 보험료율 결정 구조 개편을 촉구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기계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기보다 보장성 확대계획을 전면적으로 조정하고 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건정심 내 가입자 대표가 소수라 정부의 ‘들러리’ 역할 밖에 못한다”며 “현행 보험료율 결정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정심 위원은 모두 25명으로 가입자 대표 8명과 의료계 대표 8명, 공무원 등 공익 대표 8명, 복지부 차관이 맡는 위원장으로 구성된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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