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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다툼 큰 日자민당...'포스트 아베'는 누구

[아베 신조 日 총리 사의]

■포스트 아베는

총리 중도퇴임땐 '의원 표'로 뽑아

'아베 정치 라이벌' 이시바 간사장

당내 파벌 지지 얻을 가능성 낮아

갑작스런 사임에 日 사회는 혼란





“역대 최장 기간 재임 총리.” “아베노믹스로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려 한 총리.”

일본의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긴 아베 신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물러났다. 지난 1980년대 버블경제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에서 탈피하겠다며 과감한 부양책을 추진해왔지만 이마저도 바이러스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임의 뜻을 밝히면서 일본 정치권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관심은 ‘포스트 아베’가 누구일지에 쏠린다. 총리 관저 주변에서는 파벌 간 다툼이 심한 자민당 내의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큰데다 후임이 정해져도 당분간 국정을 장악하기 힘든 만큼 정국이 장기간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은 신속히 차기 총재 선거를 치러 새 총재를 선출하기로 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 집권당 총재는 총리를 맡는다. 대중적인 지지 면에서 ‘포스트 아베’로 가장 앞선 후보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다.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시바는 차기 총리에 걸맞은 정치인으로 20%가 넘는 지지율을 얻는 등 포스트 아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가 자민당 내 다양한 파벌들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이시바는 자민당 내 최대 계파인 호소다파 수장인 아베 총리와 2위 계파인 아소파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지율에서는 밀리지만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가 차기 총리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자민당 총재는 의원들이 1표씩 행사하는 ‘국회의원표’ 50%와 전국 100만 당원들이 지역별로 투표하는 ‘당원표’ 50%를 합산해 선출되지만 총리가 중도에 퇴임하고 치르는 선거에서는 전국 당원들은 배제되고 국회의원 표로만 선출된다. 이 때문에 자민당 최대 파벌로 아베 총리가 속해 있는 ‘호소다파’ 등 주류 파벌에서 기시다를 총재로 선출할 수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오는 9월15일 첫 저서인 ‘기시다비전, 분단에서 협력으로’를 펴낼 예정이다.



최근에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간지 슈칸분슌은 아베 총리의 의중에 있는 사람은 스가 관방장관이라며 그가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코로나 대응 잠정 정권’을 이끌 가능성을 전날 제기했다. 스가 관방장관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비상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랜 기간 아베 총리와 호흡을 맞춰온 만큼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권 지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TBS방송에 출연해 스가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니카이 간사장은 리더로서 스가 관방장관의 자질을 묻자 “훌륭하다”며 “충분히 그 소임을 감당할 수 있는 인재”라고 평가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기시다에 대해서는 “훌륭한 후보자 중 한 명”, 이시바에 대해서는 “신념을 통해 계속 활동하고 있다”고 각각 평가했다.

슈칸분슌은 아베 총리가 사임하면 양원(참의원·중의원) 총회를 통해 새로운 총재를 선출하는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 규칙에 따르면 당 총재가 임기 중 사퇴하면 원칙적으로 참의원과 중의원, 당원이 참여하는 투표로 새로 총재를 선출하나 긴급 상황의 경우 당 대회를 열지 않고 양원 총회로 새 총재를 선출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양회 총회만으로 새 총재를 선출하면 소수파의 수장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선출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당분간 일본 정치권 내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이번 사임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아베 총리가 갑작스럽게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사회적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 225지수는 이날 아베 총리의 사임 의사 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장중 한때 2% 이상 급락했다.
/김기혁·박성규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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