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이라 할 수 있는 연준의 전략은 한국은행에도 숙제를 안겨줬다. 코로나19 이후 한은은 3월에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는 등 두 달 만에 0.75%포인트나 낮췄다.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는 실효하한(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하한선)에 근접했으며 추가 인하 여력은 거의 없다. 설령 금리를 더 낮춘다 해도 득보다 실이 크다. 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넘고 부동산 시장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품이 끼어 있는 현 상태에서 추가 인하는 시장 왜곡을 부추길 뿐이다.
유동성이 넘쳐나는데도 시장에는 돈이 없어 아우성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돈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심화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들어갈 경우 도산 위험에 처할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한은으로서는 통화정책의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효과를 극대화할 묘책을 찾아야 한다. 한은이 지난달 정부·산업은행과 함께 회사채·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한은이 회사채를 직매입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추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온갖 족쇄를 채워 반쪽이 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나 관제 뉴딜펀드로는 시중 돈을 끌어들일 수 없다. 범정부 차원에서 신산업의 물꼬를 막고 있는 규제를 터줘 돈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해야 한다. 돈을 더 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제쳐놓고 한은에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하책 중의 하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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