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술 기업의 시가총액이 유럽 전체 주식 시장 규모를 추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언택트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빠르게 몸집을 불린 결과다.
28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리서치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미국 주요 기술 기업의 시가총액이 총 9조1,000억 달러(약 1,765조 원)로 집계돼 영국과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전체 주식시장 규모(8조9,000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7년 유럽 증시 규모가 미국 기술주의 4배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초부터 S&P 500지수는 200% 가까이 올랐지만,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 스톡스50은 13.4%, 영국의 FTSE 100은 11% 조금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였다.
CNBC는 특히 아마존의 성장세에 집중했다. 1990년대 이후 독보적인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한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에 뛰어들며 주가가 더욱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아마존의 주가는 지난 2010년 8월 대비 20배 가까이 급등했다. 아마존의 성장세에 주목한 월가는 아마존의 목표 주가를 앞다퉈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아마존의 평균 목표주가는 지난 6월 말 이후 23.6% 상승해 올해 들어서만 72.1% 뛰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기술주에 편중돼있다는 방증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등 5개 기업이 시가총액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17.5%에서 2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S&P500지수에서 이 5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이들 기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실물 경제가 가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아마존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한 것과 달리 델타항공과 코카콜라의 매출은 각각 80%, 28% 떨어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대부분이 강펀치를 연속으로 맞고 있지만, (기술 기업 등) 일부 기업은 승승장구하며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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