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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존재

김태영 사회부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지난 봄이었다. 10년 가까이 청소년 성매매와 성 착취문제에 천착해온 한 시민활동가를 만났다. 그의 심정은 복잡해 보였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언론의 취재요청이 감사하면서도, 이토록 조직적이고 가학적인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대책을 묻는 사회가 야속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이렇게 오래 싸우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던 그의 말은 여운이 오래 남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청소년 성착취 문제에 무관심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성매매를 한 청소년을 ‘대상 청소년’이라고 규정해 사실상 범죄자 취급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성착취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7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입법기관과 관련 부처는 ‘상습적 성매매 우려’ 등을 이유로 논의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올봄에 만났던 시민활동가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은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존재’라고 역설했다. 청소년의 성을 착취한 어른들은 성매매 사실 공개가 청소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기에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가족과 학교에 알리겠다’는 협박도 일삼는다. 용돈에 혹해서 시작한 조건만남이 벗어날 수 없는 성착취의 굴레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영국·미국 등 여러 국가가 오래전부터 이유를 불문하고 청소년 성매매를 ‘성착취’로 규정하고 피해 청소년 회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지난 4개월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대상 청소년’이라는 표현은 ‘피해 청소년’으로 대체됐고 미성년자 의제 강간연령은 형법 제정 이후 67년 만에 13세에서 16세로 상향됐다. 여성가족부는 조건만남의 통로로 악용되는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국회에서는 ‘온라인 그루밍’ 방지법과 잠입수사 허용법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어야 바뀐 제도도 빛을 발한다. 이를 위해 전제돼야 할 것은 성매매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변화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은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존재’라는 시민활동가의 지론을 다 같이 곱씹어볼 때다.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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