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운동가가 독극물에 공격을 당했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독일과 러시아 간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독일 내에서 커지고 있다.
반체제 인사를 숙청해 온 러시아 정부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그간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여당 소속 의원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백하다. 체제에 맞서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라며 “외교적 대응만으로는 충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푸틴 대통령이 알아들을 수 있게 천연가스 사업 중단과 같은 대응을 취해야 한다”며 “그냥 넘어갈 경우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 같은 정치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강경 발언은 전날 독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독일 정부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에서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틀 뒤 독일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베를린으로 옮겨져 샤리테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러시아 측은 독극물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사업 중단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제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는 “많은 것은 러시아 측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가스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며 제재 엄포를 놓은 미국의 압박에도 사업을 강행한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독일 보수당의 외교정책 대변인인 유르겐 하트는 “총리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녀는 압력에 굴복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제 관계 연구소의 소장이자 러시아 전문가 인 토마스 고마트도 “메르켈 총리가 공사가 9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사업 중단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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