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형철의 철학경영] 깨달음이 오면 관점이 바뀐다

<전 연세대 교수>

<131> 변심과 변신의 차이

뜻을 바꾼다고 모두 '변절자' 아냐

환경변화에도 입장을 고수하는 건

미련하고 독선적인 아집 지나지 않아

개인도 조직도 '열린 배움의 자세'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교수님. 사람, 참 잘 안 바뀝니다. 교수님은 대학에만 계셔서 아마 잘 모르실 거예요. 현장에 한 번 와보세요. 사람 진짜 잘 안 바뀝니다.”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시고 한참 열심히 리더십에 대해서 강연하는데 이런 피드백이 나오면 정말 절망적이다. “리더는 이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공자의 군자 개념을 도입해 리더를 양성해보세요. 니체가 그런 말을 한 의미를 잘 새겨보세요.” 이렇게 열을 올리면서 강의했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그런데 이분 말씀이 ‘사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안 바뀐다’는 건지 아니면 ‘사람은 생각만큼 그리고 말만큼 쉽게 안 바뀐다’는 건지, 이것이 좀 애매하다. 그래도 남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역설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럴 때는 ‘나 자신을 먼저 바꾸라’고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사람인데 잘 바뀌겠는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내가 커다란 딱정벌레로 변해 있는 것이 아닌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무리 꼬집어봐도 아프기만 한 걸 보면 꿈이 아니라 현실인 것은 분명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이야기다.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던 직장인이 어느 날 벌레로 변했다. 다른 사람과 소통도 안 되고 회사에 가기는커녕 문밖을 나설 수도 없다. 누가 벌레랑 놀아줄 것인가. 심지어 가족들도 점점 멀리한다. 혼자서 고독하게 살다가 죽는다. 다들 좋아한다. 철학적으로 이 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조직 생활하는 노동자의 슬픈 단면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소설 속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어찌할 것인가. 살려고 발버둥 치다 돈벌레가 되거나 돈 벌어 오다가 갑자기 밥만 축내는 밥벌레가 되거나 출세하려고 공부만 죽어라 하다 공붓벌레가 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해에 퇴임하고 나서 든 섬뜩한 생각이 ‘이러다가 놀벌레(백수의 다른 말)가 되는 것 아닌가’였다.

변신은 해도 변심하지는 마라. ‘연애할 때는 그렇게도 좋다고 따라다니더니 결혼하고 나니까 사람이 싹 변하더라.’ 배우자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 던지는 절규다. ‘자기 회사 제품 사달라고 재촉할 때는 언제고 애프터서비스(AS) 갔다가 푸대접만 받았다.’ 고기를 잡아 어항에 넣어둔 상태인데 더 이상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자식이 부모에게 진정으로 효도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부모님 생전에는 알기 힘들다. 물려줄 재산이 있으니 부모에게는 잘하는 척이라도 하게 마련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3년이 지나도록 부모님 말씀대로 살아가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봐야 안다. 공자님께서 논어에서 하신 말씀이다.



자리를 옮긴다고 다 변절자는 아니다. 진보하다가 보수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보수하다가 진보하는 정치인도 있다. 뜻이 바뀌면 다 변절자인가. 아니다. 뜻이 바뀌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가가 중요하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입장을 바꿨다. 이 경우는 철새 또는 해바라기과에 속한다. 그러나 젊은 날의 자신이 했던 행동과 말이 어설펐다는 반성에서 나온 변신이라면 변절이라고 할 수 없다. 환경이 바뀌었는데 입장을 바꾸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미련하고 독선적이다.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성격은 잘 안 바뀐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성격을 유형별로 나누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성격도 좀 바뀌기도 한다. 사랑하는 배우자가 죽거나 아예 본인 스스로 죽음에 직면하는 경험을 했을 경우다. 전쟁터에서 바로 옆에 있던 동료가 포탄을 맞고 죽거나 일터에서 뇌에 쇠파이프가 박힌 경우다. 사실 우리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관점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우고 또 깨닫는 것이다. 서서히 배워 가는 돈오점수를 택하든 유레카의 순간이 오는 돈오돈수의 길로 가든 중요한 것은 깨달음이 왔느냐다. 깨달음이 오면 관점이 바뀐다. 성격이 아니라 관점을 바꿔라. 끊임없이 변신하라. 개인도 조직도 다 마찬가지다.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 又日新) 하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