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화문 집회를 강행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국적 확산 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을 받는 보수단체들이 개천절인 오는 10월 3일에 또 한번 수만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경찰서 등에 따르면 자유연대, 석방운동본부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은 다음 달 3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 대규모 집회를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자유연대는 경복궁역, 교보빌딩 등 네 군데에서 각 2,000명을 신고해 총 8,000명을 집회 참여 인원으로 알렸다. 석방운동본부는 세종로소공원 등 두 군데서 3만명, 박근혜대통령구명총연맹은 보신각에서 300명을 신청했다.
사단법인 국학원도 보신각 등 두 곳에서 100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계획을 철회했다. 경찰은 애초 이 단체에 코로나19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행사를 만류했지만 보조금 수령에 따라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지난달 초 행정안전부로부터 공익활동 지원사업기관으로 선정돼 보조금을 지급 받기로 돼 있었다. 단체 관계자는 “매년 개천절에 행사를 진행해온 터라 관행적으로 집회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신고 단체들에 집회 금지 통고를 내리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집회는 신고가 원칙이라 일단은 받았다”면서도 “상황이 엄중해 상부에서도 금지 통고를 내리라는 지시가 왔고 이미 몇 군데 단체에는 통보를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공유되던 개천절 집회 관련 포스터가 실제 집회 신고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개천절 광화문 대규모 집회 개최를 암시하는 전자 포스터가 돌았다. 해당 포스터에는 ‘14시 자유우파 집결’이라는 문구가 있으며 ‘핸드폰 off’라는 글도 포함돼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집회 신고 사실이 알려지며 전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퇴원 직후 한 발언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전 목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순교하겠다”며 “한달의 시간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발언이 정확히 개천절 집회 한달 전에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전 목사가 말한 순교가 대규모 집회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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