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9월7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시 벨 헬리콥터 본사. 벨사가 자비로 개발한 ‘모델 209’가 첫 비행에 나섰다. 아직도 개량형이 생산되는 코브라 공격헬기의 원형이 처음 비행한 순간이다. 처녀비행 결과는 성공. 낮은 고도에서 약 12분간 머물렀다. 미 육군은 이듬해 4월 공격용 헬기 평가를 통해 5개 업체 중 모델 209를 제안한 벨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꼽았다. 첫 비행 2년 뒤인 1967년 9월 AH(Attack Helicopter)-1 6대가 월남전에서 실전을 치렀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기종 선정과 양산, 실전배치와 마찬가지로 개발 기간도 짧았다. 벨사가 육군이 발주한 공격헬기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시기가 1965년 1월. 벨사는 연구비 100만달러를 투입, 불과 9개월 만에 시제기를 선보였다. 실물 공개 나흘 후에는 최초 비행까지 성공했다. 신속한 개발에는 비결이 있었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UH-1 이로쿼이 헬기의 기체와 부품을 그대로 사용한 덕분이다.
미 육군은 헬기의 기동성에 만족했지만 곧 치명적 약점이 드러났다. 이착륙 시 피격 위험을 줄이려 UH-1에 기관총과 로켓을 장착했던 미군은 아예 공격 전용헬기를 원했고 선정 경쟁의 승리는 벨사에 돌아갔다. 부품의 절반 이상을 공통 사용했어도 AH-1은 UH-1과 다른 점이 많았다. 대공 사격 시 피탄 면적을 줄이기 위해 동체를 가늘고 길게 뽑았다. 나란히 앉던 조종석을 상하 배치로 바꾼 것도 외형상 구별 포인트. 초기에는 속도를 내기 위해 착륙용 스커드까지 내장식으로 설계했었다.
월남전에서 위력을 입증한 AH-1은 곧 자유진영의 표준 공격헬기로 자리 잡았다. 단발 엔진형과 쌍발 엔진형을 합친 생산량이 2,387대.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다. 시험비행 5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최일선을 지키고 있다.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결과다. 엔진을 단발에서 쌍발로 바꾸고 각종 항법장치와 계기판, 무장을 일신한 개량형도 나왔다. 최종개량형인 AH-1Z 바이퍼는 미 육군이 사용하는 AH-64 아파치 공격헬기에 버금간다는 평가 아래 미 해병대가 도입 대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빛의 이면에는 그늘이 있기 마련. 고성능의 AH-1Z는 시운전에서 배치까지 10년이나 걸렸다. 가격도 비싸다. 55년 전보다 가격이 약 30배가량 뛰었다. 수없이 많은 변형과 개량형이 등장했다는 점은 기체 기본 설계가 뛰어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AH-1은 우리가 최근에야 눈뜬 진화적 개발의 모범적 사례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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