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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담보잡혔던 권진규 유작, 서울시립미술관 품에

'권진규 상설 전시관' 개관위해 700여점 기증

대부업체 배려로 유족이 내년까지 작품 인수

권진규 ‘자소상(붉은 가사를 걸친 자소상)’.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서울경제DB




긴 시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다 대부업체에 담보로 잡혀있는 사실이 알려져 미술계에 충격을 준(본지 8월 26일자 33면 보도)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 권진규(1922~1973)의 작품과 자료들이 서울시립미술관 품에 안기게 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7일 “권진규기념사업회가 작품과 기록물 700여 점을 기증하기로 합의했다”라며 현재 구체적인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술관은 “연구에 기초한 상설 전시를 통해 시민과 국내외 학계에 연구되고 향유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전 작업실에서의 권진규. 권진규기념사업회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권진규컬렉션’으로 기증한 아카이브 사진이다. /서울경제DB


권진규의 유족들은 지난 2015년 권진규미술관을 짓기로 합의하고 대일광업에 유작 700여점을 시세보다 훨씬 낮은 40억원에 일괄 양도했다. 유족이 요청한 미술관 건립이 지연되면서 작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소장처가 작품을 담보로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의 자회사인 케이론대부에서 거액을 대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춘천지법 민사2부는 지난달 1심 판결에서 대일광업 측에 양도대금 40억원을 받고 미술품을 돌려주라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권진규기념사업회 측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피고인 대일광업 측이 항소하지 않고 작품 인도 방안에 합의했다”면서 “케이옥션이 먼저 나서 유족 대표들에게 해결을 타진해왔고 작품 인도 절차에 대해 대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유족 대표들은 “예술작품은 상품이기 이전에 시대정신을 표현한 사회적 자산이라는 인식에서 권진규의 유작을 공공자산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충정을 헤아려 준 케이옥션에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내년 3월 말까지 케이론대부에 대일광업 측이 변제해야 할 대금을 대신 지급하고 작품을 인수할 계획이다. 또한 유족 대표들은 “상설전시관에 보낼 작품 인수 및 권진규기념사업회의 사업에 필요한 기금 조성을 위해 소장 작품 중 일부를 처분할 계획이며 나머지 작품들은 기념사업회에 기증할 것”이라면서 “고 밝혔다. 권진규기념사업회는 내년 상반기 중 ‘권진규 상설 전시관’이 문을 열고, 오는 2022년에는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권진규 ‘지원의 얼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울경제DB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여인 흉상 ‘지원의 얼굴’ 등으로 유명한 권진규는 1922년 함흥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이쾌대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일본의 명문학교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지난 2009년 이 학교가 개교 80주년을 맞아 모든 장르를 초월해 선정한 ‘단 한 명의 예술가’로 꼽힐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귀국 후 국내에서도 왕성하게 일했으나 권진규는 1973년 성북구 동선동 아틀리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 같은 쪽지에 “인생은 공(空), 파멸”이라고 적었지만 생전에 “작품들이 다 내 자식”이라 자주 말했고, 여동생이 유지를 지키고자 미술관 건립의지가 있는 독지가를 찾아 나섰다. 지난 2004년 하이트에 작품들을 양도했으나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의 경영난 때문에 미술관 건립이 어려워져 2010년에 작품을 돌려받았다. 이후 미술애호가이자 권진규의 춘천고 후배인 한 기업인이 권진규미술관 건립 의지를 밝혀 작품 소유권이 옮겨가 지금에 이르렀다. 권진규가 사용하던 동선동 집과 아틀리에는 지난 2006년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 기증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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