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과 데이트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면서 신변보호 요청도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지켜줄 스마트워치 지급률은 3년 연속 하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경찰서 지급 물량도 부족한데다 사용 이후 반납도 잘 이뤄지지 않아 실제 가용률은 통계치보다 더 떨어지는 실정이다. 경찰은 내년까지 스마트워치 700대를 추가 확보할 방침이지만 관련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만큼 중장기 확보계획과 함께 사용 후 회수방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2018~2020년 스마트워치 지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3.8%였던 스마트워치 지급률은 2019년 51.5%, 2020년 7월 기준 47.7%로 3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마트워치는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에게 지급하는 기기로 응급 버튼을 누르면 112지령실과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에게 문자가 전송된다. 이를 보고 경찰은 대상자의 위치를 즉시 파악할 수 있어 긴급출동과 대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 등 협박이나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안전을 위해 신변보호 요청과 함께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받아 사용해왔다. 텔레그램 ‘n번방’의 성 착취 범죄를 세상에 처음 알린 대학생 공익제보자들에게도 경찰 신변보호 요청과 함께 스마트워치가 지급됐다.
스마트워치 지급률이 매년 하락하는 것은 신변보호 수요를 경찰이 확보한 물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에 접수된 신변보호 요청 건수는 2018년 9,442건에서 지난해 1만3,686건으로 1년 새 45%나 급증했지만 경찰의 스마트워치 보유량은 같은 기간 2,050대에서 2,300대로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국 관서별 스마트워치 보유현황’에 따르면 각 지방청과 관할서의 평균 스마트워치 보유 대수는 8.4대다. 울산 남부경찰서가 21대로 가장 많이 가진 반면 충북 보은경찰서는 단 1대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강남경찰서가 16대로 가장 많았으며 남대문경찰서가 4대로 가장 적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변보호 요청 건수에 따라 두 차례 보유량을 조정한 결과”라면서도 “주로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 등이 나눠쓰고 사용자가 반납하지 않을 경우 마땅히 회수할 방법도 없어 사실상 물량이 넉넉한 경찰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경찰서에서는 인근 다른 경찰서에서 빌리거나 매우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실내에서는 위치추적이 다소 부정확할 수도 있다”고 민원인을 설득해 돌려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경찰은 관련 예산을 확보해 스마트워치 보유량을 내년에 3,000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변보호 요청이 늘어남에 따라 국회에 관련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며 “1억2,900만원이 증액되면 내년에는 3,000대까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 및 반납 관련 매뉴얼도 손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 미반납 시 관련 피해자보호 매뉴얼도 세부적으로 다듬고 있다”며 “관련 위원회를 열어 신변보호 대상자를 재평가하고 스마트워치 반납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를 보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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