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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장기하가 작가로 변신한 이유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 출간

“음악으로는 표현 안 되는 생각 안에 쌓여”

"음악 외에 글쓰기, 하고 싶은 일 목록 올라"

“세상에 정답있단 착각 버리면 조금 편해져”

산문집 ‘상관 없는 거 아닌가’ 쓴 장기하./사진제공=문학동네




“그동안 노래와 말, 이 두 가지를 통해 남들에게 내 생각을 전해왔다. 둘 다 훌륭한 방법이지만, 그 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오직 글로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종류의 생각들이 내 안에 가득 쌓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책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자 더럭 겁이 났다. 나에게 책을 쓸 자격이 있나? 그냥 이렇게 생각해버렸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

뮤지션 장기하가 산문집을 냈다. ‘용감하게’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그대로 책 제목으로 정했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 2018년 10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이후 별다른 외부 활동 없이 지내온 장기하가 작가로 변신했다는 소식에 팬들은 곧바로 ‘예약 판매 초판 매진’으로 화답했다.

그는 9일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 자리를 빌어 “음반을 낸 지도 꽤 됐는데, 오랜만에 너무 많은 분들이 반응을 해주셨다는 느낌이 들어 감개무량하다.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9년 1월 공식 해체한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는 “그룹 해체 이후 지난 10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생각하며 보냈다”고 했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두 글자로 압축 됐다. ‘행복’이었다. 그는 “커리어를 떠나 제게 좋은 시기, 행복한 시기였다. 앞으로 살면서 계속 그리워하게 될 10년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일상의 소소한 사물과 사연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안경, 냉장고, 흰 쌀밥, 라면, 정리정돈 등 어떻게 보면 장기하의 음악 소재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해 장기하는 “주변 일상적인 것 외에는 감히 뭐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학적이거나 추상적인 건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웬만하면 만만하고 스스로 잘 아는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장기하는 “하루키는 정말 하찮은 소재로 시작해 재미있게 글을 쓴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 해체 이후 독일 베를린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그 기간 여러 생각을 하면서 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장기하는 “노래 만드는 건 익숙한 데 막상 글을 쓰려 하니 막막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그렇게까지 다르진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 머리에 떠다니는 이야기를,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다듬는다는 점에서 음악이나 글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스물한 살 이후로 음악 외엔 하고 싶은 일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글쓰기가 살면서 하고 싶은 목록에 새로 추가됐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또 책을 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산문집 ‘상관 없는 거 아닌가’ 쓴 장기하./사진제공=문학동네


그는 책 머리에서 “나는 책을 잘 못 읽는다”고 고백을 한다. 이 점에 대해 “문득 할아버지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기하의 할아버지는 2017년 작고한 장하구 종로서적 회장이다. 그는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책을 냈다고 굉장히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먼저 꺼낸 말은 “내가 뭐라고”였다. 그러면서도 장기하는 “예전에 ‘그건 니가 생각이고’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노래처럼 늘 정답이 있다거나 세상에 정해진 게 있다고 착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백 명이 있으면 백 가지 상황이 있다. 자기에게 맞는 건 조금 다를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사는 게 조금 편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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