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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체크]중국어가 흑인 비하 단어로 들렸다? 美 대학교수 징계 두고 논란

수업서 'nigger'와 발음 유사한 중국어 언급

대학 측, 비판에 해당 강의 교수 교체

"고유의 발음 무시한 행위" 비판 이어져

한 미국 대학교수가 수업 도중 중국어를 발음했다가 비난에 휩싸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가 발음한 중국어가 영어에서의 흑인 비하 단어인 ‘니거(Nigger)’와 비슷하게 들렸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일각에서는 이 비판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영어 중심주의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봅니다.

수업서 발음한 중국어…영어의 흑인 비하단어처럼 들려 논란
CNN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0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그렉 패튼 교수가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 강의에서 벌어졌습니다. 줌을 통해 원격수업을 진행하던 패튼 교수는 학생들에게 ‘음(umm)’과 같이 잠시 말을 멈췄을 때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문제가 됐습니다. 패튼 교수는 ‘umm’과 같은 의미의 중국어 단어를 발음했는데, 이 단어의 발음이 흑인을 비하하는 영어단어와 유사하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20일 그렉 패튼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줌을 통해 진행한 커뮤니케이션 강의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일부 학생들은 “명백하고 정확하게 인종 비하 용어로 들렸다. 미국 사회의 맥락을 고려할 때 중국어는 주의 깊게 사용돼야 한다”며 “흑인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상처가 되는 단어였다”고 비판에 나섰습니다. 일주일 뒤 대학 측은 패튼 교수로 하여금 이 강의를 중단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제프리 개럿 학장은 “패튼 교수가 영어에서 인종 비하 단어와 매우 유사한 중국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며 “이 때문에 고통받고 분노한 학생들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패튼 교수 역시 학생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대학 교수 교체 결정에 비판 이어져
대학 측의 이 같은 처분과 사과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음’이라는 단어를 중국어로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업에서 배제된 것은 정당한 처분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특히 중국어 단어의 발음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은, 중국어를 독립적인 언어가 아니라 영어 규칙에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대학의 학생인 CC 첸은 패튼 교수가 “중국어가 영어의 혐오표현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검열을 받게 한 것은 실수”라며 “중국어가 영어와 무관한 고유의 발음이 있다는 것조차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홍콩과 중국에서 강의를 진행했던 타이수 장 예일대 법대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그 교수의 중국어 발음을 정확했으며, 예시로도 적절했다”며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문구”라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패튼 교수에 대한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처분결정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트위터 캡쳐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6년 7월 중국 남광저우에서는 중국인 남성이 이 단어를 말하는 것을 들은 흑인이 자신을 비하하고 있다고 착각,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대만에서도 같은 오해로 인해 몸싸움이 벌어질 뻔했습니다. 중국 출신의 농구선수 야오밍도 미국 NBA에서 활동하는 동안 이 단어로 인해 문제를 겪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배려를 의무로 생각하지 말아야
이는 중국어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겁니다. 과거 가수 싸이의 ‘챔피언’의 가사 중 ‘니가’를 두고 현지에서 흑인 비하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죠. 지난 2018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페이크 러브’를 선보였던 방탄소년단은 이 같은 논란이 나올 것을 우려, 가사 중 ‘니가’와 ‘내가’를 다른 단어로 바꿔 부르기도 했습니다.

한국이라고 해서 타 언어를 욕설로 착각할 만한 일이 없을까요? 러시아어로 ‘감사하다’는 말과 중국어로 ‘식사했니?’라는 말도 사실 한국어의 욕설과 비슷하게 발음됩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죠. 방탄소년단처럼 현지인을 의식해 먼저 특정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는 ‘배려’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엄연히 다른 언어에 존재하는, 그것도 경멸적인 의미가 아닌 단어임에도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욕설처럼 들린다고 해서 사용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폭력이 아닐까요.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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