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의 전망처럼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활동은 어느덧 일상이 됐고 소비심리 위축과 교류 감소는 세계 경제를 깊은 침체로 밀어 넣고 있다.
항만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항만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해운항만 전문 컨설팅 기업인 드류어리는 올해 세계 항만 물동량이 7.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우리 항만의 7월 물동량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다 보호무역 기조마저 확산할 것으로 생각된다. 시장환경이 엄혹하니 국가 간 치열한 물동량 쟁탈전은 불가피하다. 혹독한 경쟁환경에 대비해 우리 항만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미리 높이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0년간의 항만정책을 되돌아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항만정책 방향을 담은 제4차 항만 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전국 60개 항만에 10년간 37조원을 투입해 경제·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실현하는 디지털 항만 구축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이전의 계획이 물동량 증가와 선박 대형화에 대비한 항만시설 확충과 배후단지 확대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계획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항만에 접목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지역 주민의 삶을 보듬어 지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먼저 ‘디지털뉴딜’의 하나로 화물 하역부터 이송까지 항만작업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항만 구축을 본격 추진한다. 스마트항만 테스트베드를 만들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스마트 기술을 검증하는 한편 부산 신항과 광양항에는 완전자동화에 대비한 기반시설을 완비할 계획이다.
부산항과 인천항 등 주요 항만 배후단지에는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를 건립해 항만과 배후단지를 첨단기술로 연결한다. 거점항만은 항만 인근 지역의 산업 여건을 고려해 개발하고 노후·유휴항만은 지역산업 활성화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게 리모델링할 것이다.
인천항, 평택·당진항 등 서해권 항만은 신남방·대중국 거점항으로 육성하고 광양항과 목포항은 국가산업 지원 및 지역경제 거점으로 키울 것이다. 부산 북항 재개발도 차질없이 추진하고 부산항을 세계적인 해양문화·관광·상업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드리려 한다.
항만은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할 것이다. 지진·태풍 등 자연재난에 대비한 내진설계와 방파제 등 재해 대비시설 확충은 물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지원시설도 조기에 확대된다. 정박 중인 선박의 발전기 가동을 대신할 육상전원공급설비(AMP) 확충,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인프라 구축 등 우리 항만을 세계 최고의 청정 항만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해수부 장관 집무실에는 ‘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이 지도는 지구 북반구를 아래쪽, 남반구를 위쪽으로 배치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넓은 태평양이 펼쳐지며 한국의 바닷길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양강국으로 자리매김할 한국을 그리며 설계한 이번 항만 기본계획이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세계 물류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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