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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트’, 햄‘오믈’릿…이것이 초월 번역

뮤지컬 '썸씽로튼' 재기발랄 번역 호평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번역 황석희 참여

언어유희·셰익스피어 명대사 패러디 등

美 원작 까다로운 대사 한국어로 맛살려

"셰익스피어 작품 전자책으로 다 샀다"

보물찾기 매력‥썸씽도른·약빤번역 찬사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예언가가 미래에 흥행할 공연을 예언하면서 인기 뮤지컬 넘버와 설정을 소개하는 장면/사진=엠씨어터




셰익스피어가 아이돌 급 인기를 구가하던 16세기 런던. 극단 대표인 닉 바텀이 돌팔이 예언가를 만나 셰익스피어 작품은 물론 미래에 ‘대박 칠’ 공연을 알아내 무대에 올린다. 햄릿은 덴마크 왕자가 아닌 ‘덴마크 우유를 마시는 왕자’가 됐고, 인기 뮤지컬 노래와 설정이 맥락 없이 튀어나오는 등 곳곳에 ‘어설픈 명작’의 흔적이 숨어 있다. 미래의 공연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뮤지컬깨나 봤다는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캣츠, 라이언킹, 레미제라블, 그리고 한국 창작뮤지컬 서편제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노래들이 깨알처럼 등장하기 때문이다. 보물찾기 같은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뮤지컬 ‘썸씽로튼’이다.

뮤지컬 ‘썸씽로튼’ 번역을 맡은 황석희/사진=로네뜨 제공


‘숨은 명작 찾기’ 못지않게 관객의 흥미를 자아내는 것은 바로 한번 비튼 셰익스피어의 명문(名文)과 재기발랄한 대사의 향연이다. 극 중 예언가는 햄릿의 미래 명작 ‘햄릿(hamlet)’에서 ‘h’가 빠진 ‘amlet’만 보고 ‘오믈렛’을 예언한다. 영어로는 발음이 비슷하지만, 한국어로 바꾸면 자연스레 발음이 연결되지 않는 이 단어는 황석희 번역가의 손에서 ‘오믈렛’이 아닌 ‘햄 오믈릿’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단어를 능청스럽게 흘려 말하는 배우들 덕에 발음의 유사성은 더욱 높아졌다. 라임을 살린 표현도 돋보인다. 셰익스피어를 험담하는 닉을 향한 단원들의 야유는 원작에서는 ‘s’ 발음을 살린 ‘Don’t be a penis, the man is a genius(한심하게 굴지 마, 그는 천재야)’였다. 한국어 공연에서는 ‘넌 뒷담화 황제, 그분은 천재’로 번역됐다. 닉이 ‘아 다르고 어 다른’ 예언으로 엉터리 극을 만들었다면 황 번역가는 ‘아 다르고 어 다른’ 번역으로 작품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황 번역가는 지난해 썸씽로튼 내한 공연 때 자막 번역을 맡아 ‘썸씽도른’, ‘초월 번역’ 등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황석희 번역가가 뮤지컬 ‘썸씽로튼’ 번역 작업을 하면서 아이패드 악보에 남긴 메모./사진=황석희 번역가 제공




맛깔나는 대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데드풀’, ‘보헤미안 랩소디’, ‘스파이더맨 홈커밍’ 등 대작 영화를 번역해 온 실력자지만, 썸씽로튼은 장르적 특성을 떠나 대본 자체가 난제였다. 황 번역가는 “셰익스피어의 대사 인용이 많아서 어느 작품에 나오는 말인지 찾는 일부터 시간이 걸렸다”며 “전자책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 사모았을 정도”라고 밝혔다. 한국 관객을 겨냥한 수정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원작 대본에서) 예언가가 잘못 알려주는 미래의 인기 뮤지컬 제목 중에는 한국 관객에 친숙하지 않은 작품이 많았다”며 “자막 번역 때 관객들이 알 법한 제목으로 장난을 쳤는데, 이번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연출의 아이디어까지 더해져 한층 더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지킬앤하이드’는 ‘지킬앤하이트’(내한 공연 자막)에서 ‘지킬앤하이트, 지킬앤카스, 지킬앤칭따오’(라이선스 공연)로 변주됐다.

황 번역가는 “사실 내 최초 번역본은 극이랑 동떨어지는 부분도 많았는데, 연출진과 배우들이 풍성하게 살을 붙여 준 덕에 재밌고 멋진 대사가 나온 것 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썸씽로튼은 파면 팔수록 숨어 있는 명대사와 패러디가 많은, 굉장히 스마트한 작품입니다. 일일이 다 살리지는 못했지만,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이 색다른 재미를 찾길 바랍니다.” 10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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