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1세대 전문 경영인 이춘림(사진)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16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함남 함흥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현대건설 공채 1기로 입사해 현대건설 사장, HDC현대산업개발 전신인 한국도시개발 CEO, 현대중공업 사장 및 회장, 현대종합상사 회장, 현대그룹 고문, 아산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 이 전 회장의 부친과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친분이 계기가 돼, 재학 시절 부대 막사와 교회 건축을 도우면서 현대그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주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야전사령관’인 그는 인천도크 복구공사 등 수많은 공사현장을 거쳤다. 아침 6시면 현장에 나가 일을 챙길 정도로 꼼꼼하고 철저한 업무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임직원 사이에서는 ‘벵골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 사장 재직 시절에는 계열사의 인재 양성과 제도 및 조직 정비에도 능력을 발휘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1966년 당시 현대건설 상무였던 이 전 회장과 함께 일본 요코하마(橫浜) 조선소를 방문한 뒤 우리나라에 조선소를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8년 뒤인 1974년 황무지였던 울산 앞바다에 세계 최대 조선소가 세워졌다.
이 전 회장은 현대그룹이 1995년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맞으면서 다른 1세대 경영인들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현대그룹 고문과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 고인은 또 정 명예회장의 동생인 ‘포니 정’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절친한 친구 사이로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8일 오전8시10분이다. (02)3010-2230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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