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정조대왕' 언급에 진중권 "文대통령 졸지에 환생 정조 돼…소설 쓰시네"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연일 문재인 정부와 여권을 향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 대통령과 정조를 비교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 시사주간지 인터뷰 내용과 관련, “소설 쓰시네”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진 전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매체에 기고한 자신의 칼럼을 올리면서 “23년 전에는 ‘영원한 제국’의 저자 이인화가 박정희를 환생 정조로 둔갑시켰다”면서 “조선시대 이래 썩어빠진 나라를 구한 현대의 개혁군주로. 박정희 향수 덕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그 덕에 보수가 망했다. 본인은 구속되고”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그와 똑같은 일을 이제는 민주당 쪽에서 한다. 조선의 역사는 썩은 역사이고, 오직 김대중-노무현-문재인만이 순결하다고 한다”고 지적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졸지에 환생 정조가 된 셈이다. 소설가랑 정치가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소설 쓰시네”라고 날을 세웠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찾아 보니 과거에는 민주당 쪽에서 이명박과 박근혜를 ‘선조’라 불렀다”고 말한 뒤 “이제는 자기들이 써먹었던 그 말을 자기들이 들어야 할 때”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이 전 대표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20년 집권론’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의 지형을 보면 정조 대왕이 1800년에 돌아가십니다. 그 이후로 220년 동안 개혁 세력이 집권한 적이 없어요. 조선 말기는 수구 쇄국 세력이 집권했고, 일제강점기 거쳤지, 분단됐지, 4·19는 바로 뒤집어졌지, 군사독재 했지”라고 지적한 뒤 “김대중, 노무현 10년 빼면 210년을 전부 수구보수 세력이 집권한 역사”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연합뉴스

그는 이어 “그 결과로 우리 경제나 사회가 굉장히 불균형 성장을 해요. 우리 사회를 크게 규정하는 몇 가지 영역들이 있습니다. 분단 구조, 계층 간·지역 간 균형발전 문제, 부동산 문제, 또 요즘 이슈인 검찰개혁 문제 등이 그렇죠”라면서 “이런 영역들이 다 규모는 커졌는데 구조는 굉장히 편향된 사회로 흘러온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현재의 정치상황을 설명하려고 2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쾌한 스케일. 그 황당함에 비하면 차라리 ‘이게 다 친일청산이 안 돼서 그렇다’는 헛소리가 외려 합리적으로 들릴 정도”라고 비꼰 뒤 “이런 허황한 역사 환타지로 당을 움직여 왔으니, 민주당이 이상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냉소를 보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이해찬 전 대표의 맹랑한 환상 속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210년만에 환생한 개혁군주 정조대왕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야무진 착각”이라고 쏘아붙인 뒤 “조선의 왕들 중에서 굳이 문 대통령에 가까운 인물을 찾자면, 정조가 아니라 차라리 선조일 게다. 이분이야말로 자신의 무능을 ‘남탓’으로 돌리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시지 않았던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김경훈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