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사건’ 가해자 K외교관을 국정감사 증언대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국익 실추’ 논란까지 번진 해당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정부 당국에 그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차 가해의 우려가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2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뉴질랜드 대사관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진 외교관 K씨를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언급하며 이슈화됐다. K외교관은 지난 2017년 주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당시 행정직원으로 근무하던 현지인 A씨의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A씨의 진정 요청을 인정하고 지난 2일 외교부에 결정문을 보내 “사건 초반 가해자·피해자 간 분리조치 불충분, 재외공관 인사위원회 구성, 성희롱 조사·처리 절차규정 지침 매뉴얼 부재 등 처리 과정에서 일부 미흡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K외교관과 A씨가 사건 이후 실질적 분리조치가 되지 않은 점 △K 외교관을 상급자로 둔 대사관 공관원들이 인사위 위원으로 구성된 점 등을 들어 가해자에 대한 엄중 조치와 제도 개선을 외교부에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K외교관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해당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외교부의 미비한 대응을 지적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당 측은 “2차 가해”를 이유로 들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국감은 공개되는 것인데 2차 피해도 있을 수 있다”며 “진실을 아직 밝혀내지 못 했기 때문에 가해자든 피해자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 손광주 하나재단이사장도 불러 북한 인권 문제를 따져 물을 계획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통일부와 NKDB 간 하나원 조사 용역 관련 합의자료’에 따르면 인권침해 실태조사 설문 문항은 2016년 35개에서 2017년 12개로 대폭 축소됐고, 이후 2018년 8개, 2019년 6개로 4년 만에 1/5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존 볼턴’ 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나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씨의 부모 프레디·신디 웜비어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도 제기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6월 자신의 회고록을 내 지난해 6월 남북미 정상 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동행하려 요청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등의 내용을 주장했고 웜비어 부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권의 무도함을 고발해왔다. 특히 외통위 재외공관 국정감사가 현장 시찰이 아닌 화상 회의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이 힘을 얻었으나 해당 증인들을 신청하는데 소요되는 절차나 시간 상의 한계로 현실화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