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의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국가 무료 예방접종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백신의 품질과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부작용이나 ‘물백신’ 가능성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유통 전 과정에서 콜드체인이 필수적인 독감 예방백신 일부를 상온에 노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입찰로 확보한 1,259만명분 가운데 22일 접종을 위해 유통된 500만명분 중 일부 물량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통하던 독감백신 중 일부에 대한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기간은 가장 오래 걸리는 무균시험 기간을 고려해 약 2주가량이며, 질병관리청은 품질검사 결과에 따라 백신에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폐기 또는 접종 재개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백신 논란과 관련해 “해당 백신이 냉동차에서 벗어나 운송된 시간은 1시간, 현실적으론 10분 이내인 것 같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하는 백신 상온 노출 안전기간보다 턱없이 짧아 위험한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또한 답변자료를 통해 “WHO의 2012년 ‘허가된 백신의 안전성 시험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사백신은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정하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품질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국민 불안과 의료계의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의료계 일각에서는 일부 백신이 종이상자를 통해 운송된 상황에서 표본 검사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상온에 노출된 백신 전량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안전성 평가를 통해 이상이 없는 백신을 예정대로 접종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서는 상자에 담긴 독감 백신이 배달됐다는 소문이 허다하며, 의사들이 이 백신을 환자에게 안전하게 접종하기 어렵다”며 “방역당국은 지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더 늦기 전에 적정한 유통 과정을 단순화하고 안전성을 확보할 만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상온에 노출된 사백신은 덜 위험하며 표본검사를 통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국민에게 접종을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백신을 다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표본을 검사한다면) 어떤 판단 기준으로 얼마나 정확히 검사가 이뤄질지 모르겠다. 큰 부작용이 없다 한들 백신의 효과까지 제대로 보장될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백신 전량을 페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신성약품이 유통한 독감 백신 500만 도즈를 검사해 설령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국민이 해당 백신을 맞고 싶겠느냐”며 “결과에 상관없이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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