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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강제적 기업 증거조사' 가능...기업부담 '메가톤급'<법조계가 본 집단소송제 쟁점>

1심 국민참여재판 도입...법리다툼아닌 마녀사냥될수도

기업들 불복절차 제한에 중도합의금 노린 소송 많아질듯

법시행 전 사건에 소급 적용하는 조항, 위헌소지 논란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타격...정부, 입법 재고해야

/이미지투데이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적용 범위를 법 시행 이전 발생한 사건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헌법의 불소급 원칙을 위반하는 시도인 만큼 위헌 소지가 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활동영역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큰 만큼 반드시 재고가 필요하다.” (상법 전문 A 변호사)

법조계는 법무부가 오는 28일 입법 예고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에 대해 충분한 여론 수렴과 법률적인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보호·구제라는 선한 취지로 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업 현실을 외면한데다 기존 법체계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도 여럿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섣부른 법 개정이 기업에 ‘족쇄’로 작용하면서 산업·경제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의 3가지 쟁점과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소송 전 증거수집 기업 비용 부담 키울 것=집단소송제 제정안에는 소송 전 증거개시 제도가 포함돼 있다.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집단소송에 필요한 증거라면 앞서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법원에 집단소송을 위한 특정 증거 조사를 허가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해당 제도는 미국 증거개시명령제(디스커버리) 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기업 등 피고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피해자에게 우선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소송 제기나 진행이 훨씬 유리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 로펌의 상법 전문 변호사는 “‘메가톤급’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것은 소송 전 증거제시 제도 도입”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제출해야 할 자료들이 원고 신청 취지에 맞는지 전부 다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소송제가 대형 로펌과 서초동 변호사들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송 전 증거개시제도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현행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동언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애초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 자체가 우리나라 현행 제도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그런데 집단소송제만을 위해서 이를 도입하면 민사소송 재판 모델이 바뀌는 건데 이를 총체적으로 검토한 건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무부는 입법 예고를 하면서 집단소송제의 적용 범위를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에도 소급 적용키로 했는데 이는 위헌 소지도 있다. 차 변호사는 “해당 내용은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인 만큼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집단소송제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중소기업이 먼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김진오 법부법인 동인 변호사는 “집단소송제와 함께 입법 예고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의 경우도 적용 범위가 불확실한 등 법적 논란 소지가 있다”며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활동영역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차 변호사도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소송비용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취약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참여재판, 여론몰이 식 ‘마녀사냥’ 되나=집단소송법 제정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1심 재판에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국민 배심원들이 유무죄와 형량에 대한 평결을 내리는 제도다. 집단소송법 제정안에서 형사사건과 달리 배심원 평결이 법원의 판단을 구속하지 않도록 했지만 재판이 배심원들의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리면서 여론몰이 식 ‘마녀사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집단소송제의 특성상 배심원들이 피해 사실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 없이 기업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이는 직간접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집단소송제 특성상 국민참여재판이 여론재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정 싸움에 휘말린 기업은 물론이고 사실을 판단해야 하는 법원도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법무법인의 상법 전문 변호사도 “집단소송은 쟁점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사안들이 많아 국민참여재판이 상당히 많이 활용될 수 있다”며 “법리 다툼보다는 감정적인 판단이 섞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불복절차 제한해 기업들 ‘남소(濫訴)’ 직면 우려=법원이 집단소송을 허가한 것에 대해 기업 등이 불복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점도 우려 요인이다.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허가·본안 소송까지 6번에 걸쳐 이뤄지는 재판 절차를 4심으로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불복 규정을 뒀다. 집단소송 허가 결정에 즉시 항고할 수 있는 피고의 권리가 사라진 셈이다. 반대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원고 입장에서는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제기가 쉬워졌다.

차 변호사는 “그동안 기업의 불복을 인정하도록 해 사실상 6심으로 진행되던 집단 소송 절차가 간단해지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이 소송을 남발하는 남소 우려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덕적 문제로 민감한 시기에 놓인 기업은 여러 집단소송에 동시에 연루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대형 로펌의 상법 전문 변호사는 “이번 집단소송제 활성화로 원고 측은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중도에 합의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는 방법을 많이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이 도덕적 문제 등으로 민감한 시기일 때를 틈타 소송을 걸고 합의를 하자는 식으로 뒤에서 협상하는 시도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경운·손구민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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