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시대, 지구촌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고통받고 있다. 중동에서도 가장 더운 여름을 가진 사막의 나라이며 세계 7위 산유 부국인 쿠웨이트도 올해 2월 말부터 코로나19의 격랑에 휩쓸렸다. 글을 쓰는 현재 이곳 확진자는 10만명에 근접한다. 전체 인구가 460만명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지난 3월에는 공항이 폐쇄되고 5월 중 3주간의 통행금지와 함께 관공서·상점이 문을 닫은 뒤 이제 단계별로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우리 교민들과 진출 기업도 공항 폐쇄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4월에는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해 우리 대사관과 한인회, 지상사가 힘을 모은 결과 전세기 편으로 교민 225명의 귀국과 우리 기업 필수 인력 107명의 쿠웨이트 특별 입국을 성사시킨 바 있다.
코로나19는 또 아픈 곳을 꾹 누르듯 중동 산유국들의 취약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셰일가스와 대체 에너지 개발로 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코로나19발 불황으로 석유 소비가 줄면서 더욱 하락했고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쿠웨이트도 재정이 타격을 입으며 주요 사업의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 쿠웨이트는 풍족한 석유 수입으로 교량·석유화학시설·담수화시설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을 추진해왔고 기술력과 성실함을 갖춘 우리 기업들에는 수주 누적 489억달러로 해외건설 수주 3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쿠웨이트의 새로운 랜드마크이며 총연장 48㎞의 중동 최장 교량인 자베르 연륙교의 개통식이 지난해 5월 이낙연 국무총리와 쿠웨이트 사바 국왕 참석 하에 거행됐는데 우리 기업들이 쿠웨이트에서 거둔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였다.
하지만 이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됐고 쿠웨이트가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춰 진출 분야를 다변화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 유력한 분야가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이다. 석유 수입에 기반한 복지제도를 유지해온 쿠웨이트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택을 제공해야 하며 현재 주택공급 부족으로 대기자가 10만명에 이르러 신도시 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우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의 의뢰를 받아 64.4㎢ 사업부지에 주택 4만호의 압둘라 신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설계하는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토지주택공사와 주거복지청간의 예비사업약정이 체결됐고 오는 2021년 중 본약정 체결 및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우리 공기업이 도시를 설계하고 우리 건설사들이 인프라 및 주택 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도시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의 다양한 분야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쿠웨이트 정부는 정보기술(IT)을 대거 도입하고 과학적인 도시 설계를 통해 사막에서 녹색을 경험하면서 친환경적이고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되는 스마트시티 건설을 희망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과거 신도시 건설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우리 정부의 그린 뉴딜에 참여하고 있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도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쿠웨이트에서는 K팝으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상품들이 환영받고 있고 IT나 의료와 같은 첨단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매우 앞서 있다는 인식이 강하며 한국 음식과 한국 화장품에 대해서도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에 맞춰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우리 기업의 진출 분야 다양화, 신규시장 창출, 점유율 제고를 함께 달성하기를 기대한다. 또 우리 기업들이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며 사바 국왕의 ‘쿠웨이트 비전 2035’를 통해 경제다변화를 준비하는 쿠웨이트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대사관은 2017년부터 스마트시티 포럼 등을 개최해 우수한 우리 기업과 기술들을 쿠웨이트에 홍보해왔고 앞으로도 코로나19라는 제약을 극복하며 스마트시티 사업의 성공을 위해 계속 힘을 보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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