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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68> 건국기념일 띄운다고 중추절 묻어 버리고 대신에 ‘풍수절’ 만들어

■같은 듯 다른 한국·중국의 명절 맞이

중국의 대표적인 농업지역인 헤이룽장성 푸진시에서 지난 22일 ‘농민풍수절’을 맞아 사람들이 한 공원에서 ‘풍(豊)’자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대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올초에 음력 날짜와 관련해 다소 어리둥절한 일을 겪었다. 지난 3월 13일 서울에 계신 장모님께 생신 축하 전화를 드렸다가 면박만 당한 것이다. A씨의 “오늘 생신을 축하드려요”라는 이야기에 장모는 “어, 내 생일은 내일인데...”라는 것이었다. 민망해진 그가 집의 달력을 다시 살펴봤지만 장모의 생일인 음력 2월 20일이 맞았다. 그런데 그날이 한국 달력으로는 음력 2월19일라는 것이었다. A씨는 한참 뒤에야 중국의 음력과 한국 음력의 날짜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양력에는 날짜 차이가 없는데 음력에만 있는 셈이다.

한국과 중국에는 1시간의 시차가 있다. 양력에서는 중국 시각이 한국보다 1시간 늦을 뿐 날짜는 기본적으로 같다. 하지만 음력에서는 이런 시차가 누적되면서 나라마다 음력 날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역법 전문가에 따르면 약 3년 마다 한달간 중국과 한국의 음력 날짜가 다르다. 즉 올해 2월 23일은 중국에서는 음력 2월1일인 데 비해 한국에서는 음력 1월30일이었다. 이후 하루씩 차이가 발생하다가 3월 23일에 중국 음력 2월30일, 한국 음력 2월29일을 마지막으로 다음날부터는 한중 간에 음력 날짜가 같았다. 다음 날짜 차이는 2023년에 생긴다.

한국과 중국 양국은 같은 음력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다른 시간대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많은 부분에서 공유하고 있다고 느끼는 양국의 전통문화도 사실은 크게 다르다. 원래부터 다른 점이 있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차이가 더 커지는 면도 있다. 한국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를, 중국은 사회주의(이른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런 차이가 일반적인 인식보다 더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명절 제도는 우리의 추석에 해당되는 전통적 인 중추절(仲秋節)과 새로 신설된 중국농민풍수절(中國農民豊收節)과의 관계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중추절을 인정할 수 없자 풍수절이라는 날을 따로 만든 것이다. 중추절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정체성이기도 한 건국기념일(국경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와 직접 관련된다. 음력과 양력을 어떻게 관리하는 문제로도 연결된다.

30일 현재 한국에서는 10월1일(음력 8월15일) 추석을 하루 앞두고 ‘귀성 전쟁’과 여행 등으로 떠들썩하고 있지만 추석의 중국 공식이름인 중추절은 중국 내에서 별로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0월1일은 현 중국 정부인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경절인데 보통 일주일 정도 연휴를 가진다. 중국에서 중추절은 보통 국경절 연휴의 직전이나 직후에 위치하기 때문에 별도로 연휴를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연히도 올해는 10월1일이 국경절과 중추절이 겹치는 날이기도 하다.

중추절을 포함해서 중국에서의 명절은 최근 그 의미를 많이 잃어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추석에는 대개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차례음식을 같이 나눠먹은 후 성묘를 가는 순서로 진행된다. 시간이 나면 친지들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이 일정을 하루에 모두 소화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중국 중추절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25일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월병이 중국 허베이성 탕산의 한 식품공장에서 제작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전통 명절인 중추절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차례를 지내지 않고 특별한 이벤트도 없다. 중추절에 그나마 독특한 것은 ‘월병(月餠·위에빙)’을 먹기 때문이다. 월병은 말 그대로 달처럼 둥근 모양의 케이크다. 중추절에는 보름달이 뜨는데 과거 중국인들이 달에 제사를 지내면서 달 모양의 떡을 만들었고 제사의식이 사라진 지금에는 단순한 전통음식으로 남은 것이다.

현대 들어 중국에서 중추절은 오히려 국경절의 ‘애국주의’ 풍조에 묻혔다. 관영 매체에서는 애국을 기반으로 한 국가와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는데 날을 보내고 사람들은 연휴 여행에 대한 관심으로 분주하다. 올해 국경절 연휴에는 작년보다 하루 긴 8일의 연휴가 주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을 회복을 위해 소비를 독려하면서 연휴도 길어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국경절 연휴에 5억5,000만명의 관광객이 국내에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절대적인 숫자는 적지 않지만 작년에 비해서는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즉 작년에 7일간의 국경절 연휴 기간에 관광객이 7억8,000만명이었던 데 비하면 7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서 6월 단오절의 사흘간 연휴 동안 국내 관광객이 전년대비 50%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회복된 것이다. 중국이 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을 전년동기 대비 5~6%로 전망하는 상황에서 연중 최대 연휴인 국경절의 관광매출 실적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새로운 국경절과 전통의 중추절이 겹친 것을 반영, 중국 관영 매체에서 올해는 국경·중추절 연휴라고 병칭하는 것이 달라진 분위기이기는 하다. 지금까지 덜 언급됐던 중추절이 국경절 덕분에 더 언급되는 셈이다.

다만 지난 1월의 춘절(春節·춘제, 음력 1월1일의 한국 설날) 연휴가 코로나19의 확산 루트가 됐다는 우려가 이번 국경절 연휴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말 중국 중부의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춘절 기간 이동한 수억명을 매개로 중국과 세계에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국 내의 첫 코로나19 발병자도 우한에서 들어온 중국인 여성이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대체로 진정됐다는 평가지만 중국 당국은 철도 등 교통수단 이용객에 대한 발열체크, 신원확인과 함께 관광지에서 입장객수 제한, 소독 등의 방역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중국도 과거와 같은 명절 분위기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에서 양대 명절로 추석과 설날을 꼽는데 비해 중국의 명절 중에서는 춘절이 독보적이다. 춘절은 전후로 다른 대형 행사가 없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춘절도 단조롭기는 마찬가지다. 역시 차례를 지내지는 않는 중국에서는 춘절 전날인 섣달 그믐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것을 주요 이벤트로 여긴다.

이는 ‘연야반(年夜飯)’ 혹은 ‘단원반(團圓飯)’이라고 부르는 데 별도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에게 중시된다. 춘절에는 연말연초의 분위기가 살아있고 또 길게는 한달 정도 연휴가 이어지기 때문에 모두가 고향에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이동한다는 점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춘제 명절에 현대의 풍조가 가미된 것은 ‘춘완’이라는 특별 방송 프르그램이다. 공식 명칭은 ‘춘절연환만회(春節聯歡晩會)’인데 줄여서 ‘춘만(春晩·춘완)’이라고 불린다.

중국에서 춘제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절은 단오라고 할 수 있다. 단오에는 쭝즈를 먹거나 용선 놀이를 하는데 올해 방송에서는 며칠째 같은 장면을 보여주곤 했다.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내수를 부양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중국식 사회주의(중국 명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명절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전통시대에는 중요하게 여겼던 중추절이 건국기념일의 영향으로 유야무야된 것이 대표적이다. 중추절은 농경사회 수확에 대한 감사를 표시한다는 의미에서 이의 상실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농업과 농촌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10월 1일 국경절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코로나19의 발원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거리를 시민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 국기가 거리에 나부끼는 보습이 국경절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AFP연합뉴스


그래서 새롭게 만든 것이 바로 ‘중국농민풍수절’이다. 일종의 추수감사제다. 2018년에 시작됐으니 올해로 3년째다. 매년 추분으로 날짜를 맞추었다. 추분은 양력으로 9월 22일이나 23일인데 올해는 22일이었다.

풍수절 자체는 농민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위해 만든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농민의 노동을 더 동원할 수 있는 자극제로서 기능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여름 남부지방의 대홍수로 농산물 수확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영향인지 올해의 풍수절은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의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풍수절을 소개하는 보도에서 “우리는 코로나19와 홍수를 모두 이겨냈다”며 “여름 수확은 17년 연속 풍년이었고 가을 수확도 풍년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춘절도 중국식 사회주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춘절 전날인 섣달그믐에는 자정을 전후해 ‘춘완’이라는 생방송을 4시간 이상 진행한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둘러앉아 연야반을 먹으면서 춘완을 보는 것이 일상적인 춘제의 모습이다. 춘완은 중국 정부기관이기도 한 중국중앙(CC)TV가 독점적으로 제작, 방송한다. 이런 춘완은 노래와 춤, 콩트, 서커스 등으로 꾸며지는데 시청자들의 흥겨움을 불러 일으키는 것과 함께 사회주의 체제 선전의 수단이기도 하다. 1983년 시작됐으니 당시 이른바 ‘개혁개방’의 시작과 함께 기존 강압적인 혁명 분위기에서 다소 유화적인 상황과 맞물려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한국과 중국에 시차가 존재하는 한 양국의 음력 날짜 차이는 앞으로도 계속되게 된다. 양력 기준으로 날짜가 차이나는 다음 연도는 2023년이다. 이해 5월19일은 중국에서는 음력으로 4월1일이지만 한국에서는 3월30일이다. 날짜를 하루씩 더해서 6월17일에 중국 음력 4월30일과 한국 음력 4월29일을 마지막으로 다음날부터는 음력 날짜가 같게 된다.

진짜 문제는 주요 명절의 날짜가 바뀌는 경우다. 계산에 따르면 오는 2027년 한국과 중국의 설날의 양력 날짜가 달라진다. 음력 1월1일이 양력으로 다른 날이 되면서 이해 한국의 설날이 양력으로 2월7일(일요일)인 반면 중국의 춘절은 2월6일(토요일)이다. 장기적으로 중국과 교류하거나 거래하는 사람은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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