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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대통령 코로나 감염과 혼돈에 빠진 美 대선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트럼프, 3월 돼서야 코로나 뒷북 대응

최대 치적 경제성장 가려질까 노심초사

팬데믹 대처 자화자찬하다 결국 확진

美유권자 준엄한 심판 피하긴 어려울듯

손병권 중앙대 교수




지난달 29일 실시된 제1차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 며칠 후인 이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가 치료를 위해 수일간 인근 군병원에 입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잇따랐다. 미국 대선을 불과 한 달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는 한반도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종식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공언하던 트럼프 대통령을 엄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발생한 후에도 바이러스의 위력을 계속해서 과소평가해왔다. 조기 방역조치를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중국에 대한 비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더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진단용 검사 장비를 신속히 마련하는 데 실패했으며, 마스크 착용의 효용성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베테랑 언론인인 밥 우드워드가 최근 발간한 저서 ‘격노(Rage)’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미국 내 확산 초기 단계부터 그 치명성을 알고도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무책임한 대통령이 된다. 그러다가 3월 초 이후 뉴욕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그때야 비로소 본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야당인 민주당과 공조해 3월25일 코로나19 관련 포괄적 비상대응 구제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이 늦었던 이유 가운데에는 그의 마초적 기질과 함께 방역용 사회적 봉쇄가 실시될 경우 취임 이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돼온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경제성장 실적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대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고자 노력해왔다.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계속 열세에 처해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초순 이후 무리한 ‘리오프닝’을 추진해 현장에서 코로나19 대책을 지휘하는 민주당 주지사들과 심각한 갈등을 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한미동맹 우방국의 대통령이 속히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연일 벌어지는 요즈음, 가능성이 아주 낮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후보에서 사퇴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 규칙 제9조에 의하면 후보지명자가 사망 혹은 사퇴로 인해서 선거에 임하지 못할 때에는 전국위원회가 새로운 후보를 지명하거나 혹은 전당대회를 새로 개최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당대회를 다시 개최하는 것은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국위원회에서 후보를 새로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우편투표와 사전 현장투표가 상당히 진행돼 새 후보의 이름을 적은 투표용지 발부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경우 어떤 타결책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큰 마스크만 착용한다고 바이든 후보를 비난하면서 자신이 코로나19 팬데믹에 가장 잘 대처했다고 장광설을 늘어놓던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진단에 따라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우편투표 등으로 불확실한 미국 대선정국이 더욱 불확실해졌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반경이 좁아지면서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도 일단 위기 대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를 안일하게 봤던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래도 이번 대선에서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시간 안에 건강한 모습으로 대선 캠페인으로 복귀할 경우 공화당 유권자의 결집 및 충전효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거니와 적어도 부동층 가운데에서 과학적 판단과 방역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결과 자기관리에 실패한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꽤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바라는 ‘노벰버 서프라이즈(11월의 이변)’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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