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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군림한 '트롯의 황제' 나훈아...'대체 불가'한 독보적 위상 이유는?

[문화人]'대한민국 어게인'으로 추석연휴 뒤흔든 나훈아

철저한 자기관리로 70대 나이 무색한 압도적 무대

800여곡 직접 작사·작곡하며 독자적 영역 구축 성공

재즈부터 헤비메탈까지 장르 넘나드는 도전 이어가





54. 2,600. 800, ‘트롯의 황제’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숫자다. 1966년 데뷔해 올해로 가수생활 54년째인 나훈아는 지금까지 녹음해서 발표한 곡 수가 2,600여 곡에 달한다. 이 가운데 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만 800곡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이혼소송 당시 그가 벌어들이는 저작권료가 연간 4억~5억원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반세기 넘게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해 온 그가 16년 만의 지상파방송 출연으로 추석 연휴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그가 출연한 특집쇼의 경이적인 시청률과 새롭게 공개한 신곡 ‘테스형!’의 기발한 가사, 정치권을 들썩이게 한 소신 발언까지, 나훈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시청자들을 홀리며 이번 연휴 최고의 ’엔터테이너’이자 이슈 메이커로 각인됐다.

지난 3일 밤 KBS가 방송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스페셜’은 심야시간 편성에도 불구하고 닐슨코리아 기준 18.7%이라는 높은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본방송 시청률은 KBS2TV 주말드라마 수준인 29.0%에 이르렀다.

지난 9월 30일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노 개런티로 출연한 나훈아는 공연 내내 압도적 카리스마와 화려한 무대연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나훈아는 약 2시간30분 동안 29곡을 부르는 내내 70대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빛바래지 않은 가창력과 활발한 쇼맨십을 과시했다.

“54년째 가수로 살아왔다”는 나훈아는 1966년 ‘천리길’로 데뷔했다. 이후 ‘사랑은 눈물의 씨앗’과 ‘고향역’, ‘해변의 여인’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1960~1970년대 남진과 트롯 양대 산맥을 이뤘다. 일명 ‘오빠 부대’로 불리는 팬덤을 일으킨 원조이기도 하다. 이후 수 년 간의 공백을 거쳐 1982년 ‘잡초’로 돌아온 그는 ‘사랑’, ‘무시로’, ‘갈무리’, ‘영영’ 등의 히트곡을 줄줄이 내며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1990년대부터는 앨범 발매와 함께 대규모 공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공연 외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철저한 신비주의 성향을 보인 것은 이때부터다.



2008년 일본 야쿠자로부터 테러를 당했다는 소문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긴 잠행에 들어갔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허리띠를 푸는 격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카리스마가 모든 설(說)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음악 활동 재개는 2017년 ‘Dream Again’ 앨범 발표 및 전국투어 콘서트와 함께 시작됐다. 당시는 물론 2019년 ‘벗2’ 앨범 발매 전국투어까지 5~10분 만에 매진사례를 보이며 ‘황제’의 위상을 알린 그는 올해 ‘테스형!’ 등이 실린 ‘아홉 이야기’ 앨범을 냈다.

‘대한민국 어게인’ 공연에서 소신 발언을 하는 나훈아. /연합뉴스


한국의 대표적 대중음악 장르로 군림했던 트롯을 부른 수많은 가수들 중에서도 나훈아의 무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이유는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 때문으로 평가된다. 나이를 잊게 하는 폭발적 무대매너와 끝없는 도전,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가창력이 50여 년의 가수생활에도 바래지 않는 그의 압도적 위상을 설명한다. 노래방기기에 가장 많은 곡을 등록한 가수라는 대중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업체별로 211~235곡이 등록돼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다.

음악적으로는 수많은 자작곡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블루스, 민요와 트롯을 섞은 스타일로 분류되는 그의 곡들은 한국 가요계에 성인 음악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규성 한국대중음악연구소장은 “트롯은 싱어송라이터가 많지 않아 비평의 영역이 아니었지만, 나훈아는 1973년부터 창작활동을 해 오며 조용필, 심수봉 등과 더불어 자기 영역을 확실히 구축한 가수”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의 ‘롱런’의 동력이다. 평소 공연을 통해 재즈, 스윙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온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헤비메탈 밴드 ‘메서드’와 협연하고 어쿠스틱으로 팝송을 부르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럼에도 ‘나훈아스러움’을 유지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최 소장은 “프로듀싱 면에서도 모든 걸 자기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독보적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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