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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동산일반
[건축과 도시] 허름한 뒷골목에 소통을 칠하다

■복합문화공간 된 중림창고

50년 넘은 무허가 판자창고 허물고

'원래 있던 건물처럼' 폭·높이 맞춰 지어

작은 극장·옷 수선집·카페·외부 벤치…

무목적 공간이자 다목적 커뮤니티센터

좁고 경사진 조건 딛고 독특한 공간감도

중림창고가 들어서기 전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앞 골목길 모습(왼쪽). 중림창고가 들어선 후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앞 골목길 모습/사진제공=서울시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찾아오는 한 동네는 늙지 않는다. 낡은 건물이 많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낡고 볼품없어진 건물, 좁고 가파른 길, 부족한 상업시설과 인프라는 사람들을 동네에서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지난 1980~1990년대에 사람들은 달동네를 떠나려 했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동네가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 뒤에야 다시 모여들었다. 서울 곳곳에서 그랬다.

‘중림창고’는 서울시 중구 중림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도시재생지역 내에서 중심지 역할을 하는 이른바 ‘앵커리지’ 건축물이다. 재개발을 통한 정비 없이 동네 사람들을 머물게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게 하는 것이 중림창고의 역할이다. 늙은 동네가 되지 않도록 활력의 중심이 되는 것, 그게 중림창고가 존재하는 이유다.



중림창고는 50년 된 성요셉아파트 맞은편 골목을 따라 지어진 도심재생지역의 앵커리지 건축물이다. /사진제공=에브리아키텍츠


◇버려진 창고 자리에 들어서…원래 있던 듯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기본적으로 중림창고는 기피 대상이던 무허가 판자창고들을 허문 자리에 들어섰다. 이름이 중림창고인 것도 그 이유에서다. 낡은 창고들은 원래 중림시장이 수산시장으로 명성을 떨치던 1980년대에 상인들이 남은 물건을 인근 언덕배기 자투리땅에 얼기설기 건물을 지어 보관하던 용도로 쓰였다. 중림시장은 조선시대에는 칠패시장으로, 근대에는 경성수산시장으로 불리며 1980년대까지 서울에서 번창한 수산시장이었다. 그런데 1980~1990년대 강남이 중심상업지역으로 떠오르고 시장도 노량진·가락동 등으로 이전하면서 중림시장은 쇠락하고 창고 또한 버려졌다.

중림창고는 그렇게 10년 넘게 방치되며 사람들을 떠나보내던 도심 흉물을 없애고 태어난 건축물이다. 1971년 준공된 ‘성요셉아파트’를 마주 보며 길게 늘어서 있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 1층과 2층, 나란히 이어진 한 호실 한 호실은 이어진 듯 분리돼 있고 분리된 듯 이어져 있다. 이는 설계자인 강정은 에브리아키텍츠 대표의 의도다.

“설계 돌입 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새 건물이라고 해서 크고 좋은 건물을 바라지 않으시더라고요. 예전부터 원래 여기 있던 건물처럼 위화감 없이 녹아드는 건축물을 원하는 주민들의 바람을 최대한 반영한 것입니다.”

그래서 건축물의 높이부터 2층으로 한정했다. 애초 원래 있던 판자창고들의 높이와 비슷할 뿐 아니라 골목길의 폭이 좁아 3층으로 올리면 자연스러운 풍경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외벽의 재질도 노출 콘크리트로 마무리했다. 다만 통상 건축물에 쓰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옹벽 등 토목구조물에 쓰는 재질을 가져다 썼다. 강 대표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보던 재질이라 오래도록 익숙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실의 크기나 공간배치 역시 주변 풍경을 변수로 고려해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중림창고 한 호실의 폭은 3~4m인데 이는 골목 맞은편 성요셉아파트 1층 상가 점포의 폭과 일치한다.





골목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주황색 벽돌 구조물은 계단이자 길가던 사람들이 걸터앉아 쉴 수 잇는 벤치기도 하다./사진제공 에브리 아키텍츠


◇길 가다 힘들면 걸터앉아 쉬는 건물=
중림창고는 무목적 공간이자 다목적 공간이다. 설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뜻에 따라 무엇으로든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 되기를 원했다. 큰 틀에서 중림창고는 일종의 커뮤니티센터다. 강 대표는 “재생지역을 아파트와 공간 구성으로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커뮤니티 공간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곳은 극장이자 상점으로 또는 교육센터·휴식공간 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현재 작은 극장 공간이나 옷 수선집, 카페 같은 다과 공간, 관리운영업체의 사무실, 휴식할 수 있는 외부 벤치 등이 있다.

외부공간도 지역민들의 교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굳이 내부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길을 가던 주민이 잠시 걸터앉을 수 있도록 외부 계단의 높이가 설정돼 있다. 건물 외부 구석구석에 위치한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은 사실 일종의 벤치인 셈이다. 이는 길에 대한 설계자의 해석이다. 중림 공간과 성요셉아파트 사이의 길을 설계자는 걸어 지나가는 공간, 흐르는 공간으로 보지 않고 사람들이 만나고 잠시 멈춰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소로 해석했다.

3~4m 폭의 공간을 합쳐 더 큰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제공=에브리 아키텍츠


◇좁고 경사진 땅에 만들어낸 독특한 공간감=사실 전문가 집단에서 중림창고가 높이 평가받는 부분은 따로 있다. 주어진 토지 조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 같은 기능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중림창고 부지는 길이가 55m에 이르지만 폭은 넓은 곳이 6m, 좁은 곳은 1.5m에 불과하다. 경사로에 있어 높은 지점과 낮은 지점의 높이 차이는 8m에 이른다.

애초에 이 공간은 앵커리지 시설을 만들기보다 녹지로 조성하는 게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내부에 커다란 공간을 만드는 데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중림창고는 이 같은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경우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공간을 합쳐 쓰도록 했다.

중림창고 안팎을 둘러보고 난 뒤 내부 의자에 앉아 설계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책가방을 멘 한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인근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라고 한다. 뭐라 뭐라 재잘대더니 종이를 꺼내 슥슥 그림을 그리고서는 선물이라며 건네고 갈 길을 갔다. 강 대표는 아이를 보며 “중림창고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저 아이가 보여주고 갔다”면서 웃었다. 중림창고는 동네의 노화를 늦추는 도전적인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열 살짜리 꼬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갔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한 중림동은 늙지 않을 것이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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