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지난 2018년 이후 최근까지 서울에서 9,000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순수 자기 돈으로 집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60만여건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이후 서울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매수한 5만9,591명 중 8,877명(1.48%)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도움이나 증여 없이 집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현금 구매자’들은 2018년 2,496명에서 2019년 3,276명, 2020년 8월까지 3,105명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현금 주택 구입자 중 최고가 주택 구매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었다. 정 부회장은 2018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사면서 대금 161억2,700만원 전액을 은행 예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올해 강남구 삼성동의 한 주택을 구입한 1977년생 A씨는 집값 130억원을 역시 전액 현금으로 지불했다. 용산구 한남동의 한 주택을 110억원에 매입한 1972년생 B씨, 2019년 성북구 성북동 주택을 96억6,800만원에 구입한 1983년생 C씨 등도 금융기관의 도움 없이 모두 자신의 예금만으로 조달했다. 현금부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택은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이었다. 총 41명이 평균 33억7,317만원의 주택을 현금성 자산만으로 매입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4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293명, 40대 216명, 30대 87명 등이었다. 20대도 27명이 있었다. 가장 어린 ‘현금부자’는 2019년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분양권을 17억2,430만원에 산 2000년생 D씨였다. 소 의원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청년과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소수의 현금 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가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청년과 서민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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