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노동절 명칭법’이 한글날을 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5월 1일인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바꾸는 법안이다. “근로(勤勞)”라는 용어가 국가 통제적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근로자의 날 명칭을 변경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6월 대표 발의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국회 환노위에 상정된 상태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고, 관련 법인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도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명칭을 바꾸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근로’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되어 온 용어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부지런히 일함’으로 정의되고 있어 국가의 통제적 의미가 담긴 용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몸을 움직여 일을 함’으로 정의되는 ‘노동(勞動)’이라는 가치중립적 의미를 담은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에서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하기 위한 총파업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58년 노동절이 도입됐지만 1963년 박정희 정부가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을 바꾼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과 북한 노동절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셈이다. 이를 다시 노동절로 되돌리자는 것이 이 의원의 법안 발의 취지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노동절을 꼭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통념적으로 근로자를 노동자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보는데다, 이념적 논쟁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0대 택배노동자인 A씨는 “노동절이라고 하면 범위가 축소되는 느낌”이라며 “근로자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포함하는 느낌인데 노동은 육체노동에 한정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절과 같은 명칭에 이념적 색채를 띤다는 의견도 나왔다. A(76)씨는 “노동절은 북한에서 쓰는 단어 아니냐”며 “근로자의 날로 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근로’를 ‘노동’으로 명칭을 바꾸되 절충적인 ‘노동자의 날’로 명칭을 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노동절이라고 하면 이념적 색채가 너무 강한 것 같다”며 “차라리 노동자의 날로 부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인 송강희(16)군은 “노동과 근로는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노동절보다는 노동자의 날이 좀더 노동자를 위한 날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지영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근로라는 단어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근면하다는 의미가 들어간 것”이라며 “누구 관점에서 붙여진 이름일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날’로 하자는 절충안에 대해서는 “국경일에는 광복절처럼 ‘절’도 있지만, 한글날처럼 ‘날’도 있다”며 “‘절’대신 ‘날’이라고 하면 격이 떨어지는 건지는 고민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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