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수 감소 증상을 보여 지난 8월 17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네히미아 밀러(남). 임신 25주 2일만에 몸무게 84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날 당시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의료진은 응급으로 기도삽관, 미숙아 호흡곤란증후군 치료제(폐 표면활성제) 투여 후 네히미아를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 기계환기(고빈도 환기요법) 치료를 했다. 피부가 매우 연약하고 부종도 심해 가벼운 처치를 할 때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혈압을 유지하고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수액과 여러 약제를 투여하기 위해 탯줄(제대)정맥 카테터와 말초정맥혈관도 확보했다.
미숙아는 폐 표면활성제가 부족해 숨을 들이마실 때 폐 속 세(細)기관지 끝에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는 공기주머니인 폐포(허파꽈리)가 펴지면서 팽창하지 못해 호흡곤란증후군으로 사망할 수 있다. 그래서 고농도 산소치료나 기계환기치료와 함께 폐 표면활성제 치료를 한다. 폐포가 팽창하면 체내에서 생산된 이산화탄소나 폐로 들이마신 산소는 폐포와 주변 모세혈관의 ‘혈액·공기 관문’을 통해 버려지거나 온 몸으로 운반된다.
네히미아는 동맥관 열림증(개존증) 치료를 위해 동맥관 폐쇄 수술도 받았다. 태아는 태반과 탯줄로 연결된 탯줄정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대동맥·폐동맥 연결 통로인 동맥관이 열려 있다. 하지만 출생과 함께 폐 호흡을 시작하면 12~15시간만에 기능적으로 폐쇄(물리적으로 막히지 않았지만 혈류 이동이 없는 상태)되고 1~6주 뒤 물리적으로도 막힌다. 반면 초미숙아는 동맥관이 계속 열려 있는 경우가 많아 좌심실→대동맥→온몸으로 흘러가야 할 피의 일부가 폐로 새어나가 심장과 폐에 부담을 주고 심내막염·폐부종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다. 심할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한 달 간의 집중치료 덕분에 네히미아의 몸무게는 840g에서 1,326g으로 늘었다. 맥박·호흡·체온·혈압 등 활력징후도 안정적이고 활동성도 호전됐다.
네히미아는 주한미군인 아빠(다비온 밀러 상병)가 하와이 호놀룰루의 샤프터 기지로 배치되자 9월 17일 오산공군기지에서 KC-135를 타고 현지 트리플러육군병원으로 향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오산공군기지까지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내 올굿육군병원의 신생아 이송시스템을 갖춘 앰뷸런스가, 호놀룰루까지는 미군 신생아중환자 항공후송팀이 맡았다. 한국군 입장에선 부럽기만 한 군인가족 복지 시스템이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한미 양국 간의 긴밀한 소통과 공조도 안전한 후송에 한몫 했다.
주치의였던 성인경 소아청소년과 교수(가톨릭산모·신생아집중치료센터소장)와 염숙경 교수는 “네히미아가 초극소 미숙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견뎌내야 할 일들이 있겠지만 부모님의 사랑과 의료진의 손길로 잘 극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다학제 협진을 통해 선천성 기형아, 미숙아 등 중증 신생아를 집중 치료하는 50병상 규모의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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