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2일 정부 여당이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은 외면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연설 내용에만 초점을 맞춰 ‘종전선언론’에 불을 지피자 “국가 안위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연설이 지난 10일 이뤄진 후 정치권의 날 선 비판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종전선언은 대한민국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는 행위”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정조준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한미 간의 이견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종전만 하자고 애걸하는 모습”이라며 “열병식에서 나타난 군사적 위협이 앞으로 대한민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대통령이 냉정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정부 여당은 김 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와 손을 맞잡길 기원한다”고 말하자 곧바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송영길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은 11일 김 위원장의 연설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결국 북핵 문제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종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브리핑에서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 열병식에서) 신형 ICBM뿐만 아니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4A’도 모습을 드러냈다”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 무력 포기 의사가 없음을 천명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런 마당에 북한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의지에 화답한 것이라는 민주당의 인식은 어디에서 근거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ICBM과 SLBM을 보고도 종전선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문 대통령의 안보 인식에 매우 의구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 역시 “정부는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ICBM과 SLBM 공개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실체와 의미 없는 립 서비스에만 집착한다”며 날을 세웠다.
야당의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종전선언’을 위한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공개한 신형 ICBM 등 증강된 무기는 북한이 대량파괴무기 개발 의지를 꺾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남북이 다시 두 손 맞잡을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힌 것은 남북관계의 숨통을 틀 수도 있는 긍정적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통위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의 물꼬가 터진다면 동북아 평화는 물론 한국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수혁 주미대사도 외통위 화상 국감에서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빨리해 평화 프로세스 기반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또 이 대사는 미국 고위관료와 나눈 대화를 전제로 “미국도 종전선언에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엽·김혜린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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