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취재하던 기자를 사진으로 찍고 모자이크도 하지 않은 채 공개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아파트 현관 앞에 한 언론사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며 “(기자가) 출근을 방해하므로 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며 일을 봐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한 달 전쯤 법무부 대변인은 ‘아파트 앞은 사생활 영역이니 촬영제한을 협조바란다’는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다. 그런데 기자는 그런 것은 모른다고 계속 ‘뻗치기’를 하겠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 장관은 “지난 9개월 간 언론은 아무데서나 저의 전신을 촬영했다”며 “사생활 공간인 아파트 현관 앞도 침범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마치 흉악범을 대하듯 앞뒤 안 맞는 질문도 퍼부었다. 이 광경을 보는 아파트 주민들도 매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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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기자 개인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한 것을 두고 이른바 ‘좌표찍기’를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추 장관은 처음에는 해당 기자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그대로 SNS에 게재했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기자의 얼굴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는 얼굴이 공개된 SNS 글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고 추 장관 지지자들은 해당 기자에 대한 ‘신상털이’와 함께 거친 비난을 쏟아내는 등 2차 피해가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기더기 소속과 얼굴을 공개하자. 기더기가 그런 거 모른다고 하니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기자가 무슨 벼슬이냐? 타인의 허물을 먹고사는 쓰레기” 등 해당 기자를 맹비난 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기자 좌표찍기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이재정·정청래·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페이스북에 기자 실명을 태그한 글을 게시해 좌표찍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9일 이재정 의원은 자신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 인용이 잘못됐다며 ‘“카투사 자체가 편한 보직”…불길에 기름 붓는 여당 의원들’ 기사를 링크해 기자 실명도 함께 태그했다.
홍익표 의원은 지난 8월 본인의 페이스북에 ‘한은 총재 불러놓고 “아파트값 잡으라”는 與의원들’ 기사와 기자 실명을 언급하며 “양적 완화해도 돈이 실물경제로 이어지는 것보다 자산 버블이 더 커지니 한은이 보다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라고 한 것”이라며 “모르고 썼으면 무능한 기자고, 알면서 이렇게 기사 제목 잡고 쓰면 기레기 소릴 듣는다”고 맹비난했다. 좌표가 찍힌 기자들에게는 지지자들의 과도한 인신공격과 성희롱 등이 가해져 ‘언론 길들이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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