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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땜질식 고용은 한계...직업 재교육·부실기업 정리 기회 삼아야"

[코로나發 구조조정, 노동개혁이 답이다]

'경제 쇼크' 장기화로 내달부터 구조조정 현실화 불가피

재교육은 인력에 대한 투자...인프라·프로그램 확충 필요

노동생산성 향상..'일시해고 후 우선 재고용' 등 도입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 및 운항 재개 촉구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쇼크를 계기로 고용유지 정책, 직업 재교육,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사관계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조조정의 위기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산업·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평소 재교육에 투자하는 계기로 삼고 노사합의로 미국식 ‘일시 해고 후 우선 재고용’ 방식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결국 구조조정 역시 노동개혁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올해 말부터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일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조조정이 11월이 되면 현실화될 것”이라며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계는 ‘해고는 살인’이라며 강력 반발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이번 기회에 노동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고용위기가 예상되자 지난 2월부터 휴업수당을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의 보전 비율을 상향하는 등 기업을 지원해 해고를 막는 ‘고용 유지’ 중심의 정책을 사용해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이 높아지자 이달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의 휴업수당 보전 비율을 90%에서 67%로 줄였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연간 지원 한도인 240일이 만료되는 기업들은 무급휴직 지원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지원액이 평균임금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막을 수 없다면 산업과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침체기에 닥치는 구조조정은 한계기업을 정리해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위기 상황에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일 수 있지만 장기적,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직장에서 해고되면 다른 기업으로 이직이 어렵기 때문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이번 계기에 ‘재교육’과 ‘이직’에 대한 시각을 전환하는 게 좋다는 제언도 나왔다. 재교육 인프라가 워낙 취약한 우리나라는 기업이 해고 시 일정 기간의 생계 보장과 전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 권 교수는 “재교육은 인력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며 “구조조정의 역발상으로 인적 투자에 대한 개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 소속을 유지하면서 1년 정도 교육시킬 수 있고 정 어렵다면 근로계약을 종료해 구직급여를 수령하는 기간 동안 직업훈련을 지원할 수 있다”며 “기업이 정리해고 때 ‘근로기준법대로 했다’고만 강조할 게 아니라 ‘소셜 플랜’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예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 조건을 명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해고를 하려는 50일 전까지 노사협의를 하라는 근로기준법 조항은 기껏해야 해고대상자 선정 정도에만 머무르고 있다”며 “근로자에게 새로운 직장을 알선하는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대신 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몇 분기 이상의 매출 감소 등으로 완화해 인정하는 노사 간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일시 해고제’를 노사가 합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경영상 위기에서 일시 해고했다가 기업이 정상화되면 우선 재고용한다”며 “기업이 정리해고하더라도 코로나19 이후 재고용하겠다는 것을 노조와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고용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기업이 정리해고를 선택하지 않도록 기업에 재정을 지원하는 유럽식 고용 정책보다 ‘일시 해고’라는 미국식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교수는 “해고하는 기업이 재고용에 대한 확신을 준다면 근로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방법에 대해서 노사가 묘안을 찾는다면 노사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용 경직성이 뚜렷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어려운 과제다. 이 교수는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취약한 구조를 한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며 “고용을 유지하는 기존의 패러다임과 병행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구조조정 역시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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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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