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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창업 동아리에서 시작해, 주식회사로 성장하기까지”

[라이프점프-스여일삶 공동기획] (7)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인터뷰

김수진 ‘일리오’ 최고운영책임자(COO) <下>





“오늘 밤도 시간이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말을 건다. 오늘 밤도 성장하겠냐고. 아니면 그저 그냥 지나가겠냐고.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보통의 사람은 남이 만든 파도에 몸을 싣지만, 특별한 사람은 내가 만든 파도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태운다.” -이병률 <혼자가 혼자에게> 中에서-

우연히 본 글귀인데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커뮤니티에서 만난 많은 멤버 분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누군가가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다릴 수도 있고, 언젠가 되겠지 수동적으로 살 수도 있는데도 굳이 나서서 창업을 하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곤 하니까요.

지난주 라이프점프와 스여일삶이 공동기획한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인터뷰 상(上)편(☞기사보기)에서 만난 김수진 '일리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이런 케이스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취업 잘 된다는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창업에 푹 빠져 기어코 스타트업을 시작했으니까요. 재미있게도 그녀의 최종 꿈은 ‘연쇄창업가’가 되어 본인 같은 여성 창업가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아직 작은 너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탈 큰 파도를 만들 수진 님의 이야기,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 지난주에는 대학생 시절부터 다양한 활동과 준비를 통해 졸업 후 바로 창업을 하게 된 수진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는 ‘팬심’이라는 서비스에 대해 좀 더 여쭤보고 싶어요.일단, 많은 아이템 중에 이런 서비스로 창업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혹은 공동 창업한 대표님에게 설득당한 (?)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리오라는 팀은 2015년에 만들어졌는데요, 많은 스타트업들과 비슷하게 초기 멤버 중에서는 저와 대표님 이렇게 둘만 남아있어요. 팬심을 2018년 하반기에 시작했으니 그 간 피봇(이라고 하기 민망한)이 몇 번 있었던 셈이죠.

팬심 바로 전에는 VR사업을 했었는데요, 운 좋게도 미국에서 한 달 동안 시장조사를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결론은 이 아이템은 가망이 없다는 거였어요. 기술 창업이다 보니 대학생으로서는 지속적으로 자금을 댈 수도 없었고, 기술력을 계속 발전시키기도 어려웠죠.

팬심 오태근 대표님(왼쪽)과 수진 님


그때 팀원과 슬픈 안녕을 하고 또다시 저와 대표님 둘만 남아서 ‘뭘 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당장에 오백원이라도 주머니에 들어오는 걸 시작해보자’고 했어요. 당시에 대표님은 한창 뜨려고는 인터넷 방송 시장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시장의 팬-셀럽문화를 보아하니 아이돌 팬 문화와는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꽤 많았어요.

누구나 어렸을 적 한번쯤 마음속에 스타를 품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동방신기, 빅뱅 덕질을 하며 친구들에게 ‘아이돌 박애주의자’라고 불리고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해서 성인이 되어서는 해리포터 MD제작 총판도 했어요. 그러면서 팬 문화에 통달했죠.

그런 경험을 비춰 보니 아이돌 - 팬 문화가 인터넷 방송계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번째로 찾게 된 문제점은 팬과 셀럽이 서로 선물을 보내고 싶지만 주소 노출 문제 때문에 어려워한다는 거였어요.

특히 주소 노출과 관련된 걱정은 혼자 사는 여성 셀럽 절대다수가 두려워하는 문제죠. 제가 여대를 졸업해서 혼자 사는 여성들이 주소 노출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정말 잘 알거든요. 그래서 셀럽의 입장과 팬의 마음을 잘 아는 저와 인터넷 방송 시장을 잘 아는 저의 파트너 (대표님), 둘이라면 이 문제를 누구보다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바로 윅스와 네이버 폼으로 뚝딱뚝딱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시작했습니다."

-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팀원들과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왠지 덕후들의 심정을 잘 아는 팀원들이 많을 것 같은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희 회사는 고양이와 굿즈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회사에 있는 두 마리의 냥냥이가 모든 희로애락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요. 다들 바빠서 다른 덕질을 못해서 그런지 요즘에는 고양이 덕질을 하더라구요.

‘일리오’의 마스코트 고양이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굿즈를 만드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관심이 정말 많아요. 재미있는 아이돌, 크리에이터 굿즈가 있으면 직접 구매도 해보고 심지어는 제작까지 해서 팬미팅 같은 행사에서 팔아보기도 해요. 특히 희귀하고 최신 유행을 반영한 (?) 굿즈들을 좋아하죠. 예를 들면 키노 앨범, AR 포토 카드, 보이스 키링 같은 것들이요. 일반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굿즈들을 손에 넣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도 자주 해요.

팬심 굿즈를 착용한 팀원들의 모습


회사 덕질용으로 ‘팬심’ 옷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덕후들 사이에서는 ‘일코’ 문화가 있거든요. (*일코: 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 그래서 우리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요즘 스트릿 브랜드 감성을 담아 팬심 후드, 버킷햇, 티셔츠를 제작해서 호크룩스처럼 입고 다니죠."

- 역시… 덕후 서비스는 덕잘알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이 만드는 서비스는 달라도 뭔가 다를 것 같아요. 지금 팬심의 주요 기능들은 무엇인가요?

"팬심에는 ‘현실도네’와 ‘랜선미션’이라는 두 가지 핵심 서비스가 있어요. 처음 팬심을 만들었을 때는 ‘현실도네’로 시작했는데요, ‘현실에서 하는 도네이션’의 줄임말입니다. 보통의 후원이 유튜브 슈퍼챗, 아프리카 TV의 별 풍선 같은 현금 후원 위주라면 저희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선물 전달로 시작했어요.

친구에게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과 같은 제품 이어도 실제로 선물을 주는 건 느낌의 차이가 있지 않나요? 셀럽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건 사실 현금 후원 이상의 수고가 필요해요.

팬들은 나의 셀럽을 생각하며 물품을 구매하고 팬심을 통해 셀럽에게 전달하죠. 그렇게 기다리면 셀럽이 내가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언박싱하는 영상을 볼 수 있어요. 같은 만원이라는 돈을 소비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정성과 마음이 확실히 달라요.



그런데 이렇게 현실도네 서비스를 만들고 나서 보니 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간혹 셀럽들이 ‘역조공’을 하거든요. 선물을 보내던 팬들이 오히려 셀럽에게 ‘역조공’을 받으면… 반응은 진짜 상상 이상이에요.

하루 종일 팬 카페가 팬심에서 ‘발송 카톡이 왔다, 나는 택배가 왔다, 나는 왜 옥천 허브에서 택배가 멈췄냐~’ 하면서 시끌시끌해요. 그 과정에서 팬들이 언박싱을 하면 선물 받은 당사자 팬뿐 아니라 그 외의 팬들의 충성도 까지도 높아지게 되죠.

이런 모습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어떤 선물을 주고받는 더 좋을지 계속 고민하게 됐어요. 그렇게 팬심의 ‘선물가게’ 기능이 개발됐죠. 주로 팬과 셀럽 사이의 유대관계를 증폭시킬 수 있는 선물들을 판매하고 있어요. 하다 보니 단순 판매를 넘어 셀럽과 팬들에게 상품이 노출되며 자연스럽게 광고도 되더라구요. (홍보) 팬심 선물가게 입점에 관심 있으신 분들 연락 주세요! (홍보) ^0^





‘랜선 미션’도 유저들을 관찰하다 보니 나오게 된 서비스인데요, 현실도네를 통해 셀럽들이 충성도 높은 건강한 팬들과의 소통을 좋아하며 팬들이 원하는 맞춤형 콘텐츠를 많이 제작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랜선미션’을 만들었죠. 팬들이 ‘랜선’으로 셀럽에게 ‘미션’을 요청하는 거예요. 미션은 ‘게임에서 왕 깨 주세요~’ 같은 간단한 것부터 대신 여행을 가거나, 팬미팅을 개최하고, 게임대회를 여는 등 셀럽 혼자서는 기획하기 어려운 미션까지 있어요.

나노 셀럽들은 하고 싶은 콘텐츠는 많지만 자금의 압박이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팬들이 합심해서 셀럽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에 후원을 하고 랜선 미션을 걸죠. 메가 셀럽은 나노 셀럽에 비해 자금 압박은 덜하겠지만 새로운 콘텐츠에 도전할 때 기존 팬들이 좋아할지 반응을 미리 알고 싶어 해요. 이럴 때 랜선미션으로 팬 반응 사전조사해보는 거죠.

이처럼 랜선미션은 팬들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수용하여 콘텐츠 제작하는데 효과적이에요. 일례로 ‘이유란’ 셀럽에게 팬들이 철권 게임 대회를 열어달라는 랜선 미션을 요청했어요. 그는 마이크로 셀럽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하다 보니 판이 커진 거죠.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유튜브 콘텐츠 각을 5개나 뽑고 ‘철권!’ 하면 ‘이유란!’이라고 말할 정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어요.



이번 하반기는 팬심과 함께하는 셀럽의 영역을 확장하는 목표예요. 아직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셀럽이 절대다수지만 팬심의 비전 중 하나인 ‘백팬일셀 - 백명의 찐팬이면 셀럽 하나가 먹고 산다’처럼 팬이 있는 누구든 팬심을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스여일삶이라면… ‘실리콘밸리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여성 창업가를 인터뷰해주세요!’라고 미션을 걸고 사람들이 후원을 할 수도 있겠네요! 멤버들의 호응과 후원 금액을 가지고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랜선 미션을 하러 실리콘밸리로 가는 거죠. 말 나온 김에 스여일삶 랜선 미션을 만들어 보실래요? (웃음) "

- 기회가 된다면 스여일삶 랜선 미션도 오픈해보면 정말 재미있겠네요! 수진님과 팬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셔서 저 또한 굉장히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스여일삶의 2020년 슬로건이 “Never Underestimate Yourself”에요. 많은 여성들이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거나 지나치게 겸손한 태도로 이를 놓치는 걸 많이 봤거든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스타트업 여성으로서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서서 창업기를 말씀해주시기도 했지만, 평소에 좀 더 대담하고 도전적인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특별한 마음 가짐이 있으신가요?



"과소평가와 겸손한 태도에 공감합니다. 저도 모르게 학습되어서 그렇게 될 때도 있더라고요. 이번 인터뷰도 지영님이 Never underestimate yourself라는 말로 용기를 주셔서 시작한 거잖아요.(웃음)

처음 회사를 만들자고 다짐했을 때부터 우리 회사는 경력 단절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회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맞벌이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제 미래, 우리 팀의 머지않은 미래의 고민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스타트업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궁금해서 선배 여성창업자분들을 볼 때마다 항상 여쭤봤어요. 대답은 해 주시지만 공통적으로 ‘아 그런데 난 좀 특이한 케이스라..’라는 말을 꼭 앞에다가 붙이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출산 때는 대기업에 있었다, 어떤 분은 부모님이 맡아주셨다, 경력단절 후에 복귀한 거다 등등 케이스가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사실 후배 입장으로는 저런 케이스가 특이 케이스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스타트업계에 여성들이 많지 않은 이 시점에서 선배 창업자들의 말은 하나하나가 다양한 기회 혹은 경우의 수로 보이기 때문이죠.

‘나는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헤쳐나갔다’라는 말 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위안과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는 이 길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케이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후회를 잘하지 않는 편이에요. 극단적으로 가면 피드백도 안 해서 가끔 문제이긴 한데,.. 무튼,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일단 저지르고 봐요. 그 이후에 문제가 생긴다면 최대한 빠르고 진심을 담아 사과합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경우에 별 일 안 생기더라고요. 그러니 다른 분들도 그냥 질러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웃음) 굉장히 후련하고 생각보다 큰 일 안 생기더라고요, 하하!"

- 앞으로 수진님은 어떤 일과 삶을 꾸려가고 싶으신가요? 커리어의, 개인적인 목표 하나씩 공유해주세요!



"지금은 팬심을 잘 키우는 게 제일 큰 목표입니다. 스타트업의 재미를 너무 알아버렸고.. 제가 가끔 일하다 지치면 다른 아이템으로 사업계획서도 쓰거든요. (웃음) 그런 걸 보면 당분간은 스타트업을 쭉 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종 꿈은 그렇게 몇 개의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엑싯 한 후 여성창업자들을 엑셀러레이팅 하는 투자사 혹은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뷰 시작할 때 말씀드렸던 제 좌우명, zinteresting! 항상 흥미로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일 일수도, 고양이 일수도, 새로 생긴 취미 일수도 있어요. 세상에는 재미있고 신기한 게 참 많더라고요.

장기적인 목표는 초등학생 때부터 하고 싶던 ‘어른이 놀이터’를 만드는 거예요. 말 그대로 어른들이 뛰고 피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트램펄린도 마음껏 뛰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 순전히 제가 놀고 싶어서 만드는 거라서, 마흔 전에는 완성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오픈하면 스여일삶에 홍보할게요! ^0^

일과 삶 모두 김수진답게,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인터뷰도 굉장히 'zinteresting' 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누가 얼마나 더 큰 파도를 만드느냐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신만의 파도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파도에 기꺼이 몸을 싣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파도를 타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죠.

수진 님과 공동 창업자, 팀원 분들, 나아가 셀럽과 팬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파도를 응원하며 이번 인터뷰를 마칩니다. 지금처럼 빛나는 파도를 충분히 즐기시길!


/사진= 일리오 김수진 님 제공

/김지영 스여일삶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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