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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황금 들녘 벗삼아…심신의 때를 벗다

■서천 '슬로우 리트릿' 요가여행

풀벌레 소리…흔들리는 갈대 속삭임…

신성리 갈대밭 속 섬세한 동작과 명상

고즈넉한 문헌서원 마당서도 마음 수련

여유·느림 만끽하며 일상의 번잡함 날려

서천 주요 관광자원과 연계해 '요가수업'

웰빙푸드 테라피·건지산 트레킹 등은 덤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매년 가을이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서천의 명소다.




서천 리트릿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동자북마을 전통한옥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리트릿 프로그램은 지역 내 명소로 알려진 곳들을 배경으로 요가와 명상·테라피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관광자원과 요가를 연계한 상품이다.


“양팔을 넓게 벌리고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양손은 머리 위로 올리고 깍지를 낀 채 앞으로 쭉 뻗어주세요.”

어른 키를 훌쩍 넘게 자란 갈대밭 한가운데 설치된 데크 위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 사이로 들려온다. 매트를 깔고 앉은 여성들이 목소리에 따라서 몸을 길게 늘어뜨리며 섬세한 동작을 이어간다. 그 뒤로는 금강이 흐르고 풀벌레 소리와 갈대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흡사 CF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장면은 충남 서천의 명소인 신성리 갈대밭에서 진행되는 요가 수업이다.

신성리 갈대밭은 총 30만㎡ 규모로 금강을 따라 광활하게 펼쳐져 해 질 녘 붉게 물든 하늘과 철새들의 군무가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해 20년간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17일 신성리를 방문한 이들의 목적은 갈대가 아닌 ‘요가’였다. 이날 진행된 요가 수업은 지방자치단체와 대학·기업체 등이 산학연관 지역관광 프로젝트를 통해 내놓은 1박2일짜리 요가 전문 여행상품이다.



충남에서도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서천’과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요가’라니. 하지만 도무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다. 사실 서천은 관광지로는 덜 알려진 지방 소도시다. 산과 바다·강·들 같은 자연환경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기반시설이 부족해 장기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었다. 요가 여행상품을 기획한 박기웅 슬로우랩 대표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했다. “서천은 접근성이 좋은 반면 인구는 적어 휴양지 같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노마드족들에게는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제 그 서천이 국내 요가 여행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천 일대에서 진행되는 자연생태 리트릿 프로그램은 요가를 중심으로 지역 전통문화와 자연생태 자원을 응용한 체류형 힐링 관광 프로그램이다. 리트릿(retreat)은 바쁜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요가·명상·테라피 등을 통해 내면을 수련한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치앙마이 등 휴양지들이 요가·불교, 현지 전통문화 체험을 결합한 여행상품을 출시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서천 요가여행은 ‘슬로우 리트릿’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서천의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관광자원과 요가를 연계한 상품이다. 요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로는 고즈넉한 문헌서원이 꼽힌다. 기산면에 자리한 문헌서원은 고려 말 충신인 목은 이색 선생과 가정 이곡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다. 리트릿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지이기도 한 서원 앞 연못과 누각 경헌루가 바라다보이는 너른 잔디밭에서 요가수업을 받고 서원 옆에 자리한 한옥호텔에 묵으며 주변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참석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꼽힌다.

고려 말 충신 목은 이색 선생과 가정 이곡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문헌선원이 요가 수업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요가가 진행되는 장소는 신성리 갈대밭과 문헌서원 말고도 한산 모시와 한산 소곡주로 유명한 동자북마을, 장항송림산림욕장 등 하나같이 지역 명소로 알려진 곳들이다. 눈으로만 봐도 좋을 장소에서 전문 강사진으로부터 요가수업을 받고 한식으로 건강하게 차려진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장소를 옮겨가며 요가 수업을 받는 일정이다. 소곡주요가·굿나잇요가·디톡스요가 등 다양한 주제와 계절·시기·연령대에 맞는 다양한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 당일부터 1박2일, 한달살기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있다.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요가 이론과 실습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슬로우 리트릿은 요가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요가를 마친 참가자들은 봉서사 느리게 걷기, 한산모시짜기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미디어 콘텐츠 감상, 웰빙푸드 테라피, 건지산 트레킹 등 서천 명소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일정 이외에는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다. 전통한옥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낮잠을 자거나 한적한 서원을 자유롭게 산책하기도 한다. 빡빡하게 짜인 패키지여행이 아닌 휴식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과정이 바로 서천이 추구하는 슬로우 리트릿의 본질이다. /글·사진(서천)=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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